국내 중견조선사들이 좀처럼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주량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와 달리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한국야나세 연수중공업 등 국내 중견조선사들은 여전히 불황의 늪을 헤메는 실정이다. 전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 조선사의 일감 따내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성동·한진重·연수重·한국야나세 건조실적 ‘無’
12척. 올해 상반기 국내 중견조선사들이 거둬들인 수확물이다. 지난해 상반기 16척과 비교해 4척 감소했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견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비 23.5% 감소한 27만3000CGT(수정환산톤수)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보다 수주량이 저조한 탓에 조선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견조선사들의 수주액 하락세는 더욱 가팔랐다. 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주액은 약 4억7000만달러(약 5300억원)로 전년 대비 45%나 급감했다. 중형 조선 수주액이 국내 수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상반기 7%에서 올해 5%로 축소됐다. 국내 조선시장에서 중형기업들의 입지가 나날이 쪼그라들고 있는 셈이다.
중견조선사들의 탱크선 편식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유조선 시황 호조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13척의 탱크선을 수주했던 중견조선사들은 올해도 탱크선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1분기 4척에 이어 2분기에 6척의 탱크선을 추가 수주했다. 탱크선을 제외한 선종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수주한 중소형 벌크선 2척 뿐이다.
세계 중형선박 시장에서 차지하는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주 점유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중형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주점유율은 5.4%로 2017년 점유율 6.8%와 비교해 1.4%포인트(p) 하락했다.
중형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2분기 말 현재 총 50척, 93만4000CGT로 전분기 대비 2.9% 증가했다. 수출입은행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수주잔량 감소가 멈췄으나 수주실적의 뒷받침보다는 건조 부진에 의한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볼 수 만은 없다”고 말했다.
중견조선사들의 선박 건조량도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조선사들이 올 상반기 선주사에게 건넨 선박은 탱크선 15척이 전부다. 지난해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크선 등을 중심으로 50척에 가까운 선박을 인도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게다가 대한조선·STX조선해양·대선조선 등 3개 조선소만이 건조·인도 실적을 보유했다. 성동조선해양·한진중공업·연수중공업·한국야나세 등의 야드에서 건조된 선박은 단 1척도 없었다. 1분기 10척에 이어 2분기 5척으로 건조량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수주 확보가 절실해 보인다.
상반기 중형선박 발주량 28%↓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중견조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형선박은 전년 동기 대비 27.9% 감소한 327만CGT(171척)가 발주됐다.
1분기 187만CGT로 전년 대비 44.2% 증가해 양호한 추세를 보였지만, 2분기에는 140만CGT로 56.8% 급감하며 전체 발주량 감소를 이끌었다. 중형선박이 세계 발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6.5%로 전년 상반기 40.1% 보다 크게 하락했다.
수출입은행은 발주량 감소 원인에 대해 SOx(황산화물) 규제와 관련, 연료선택 문제가 쉽지 않아 신조선 투자가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선주들은 정유사와의 제휴를 통해 연료공급 방안을 찾거나 자체적인 연구로 중장기적 운영전략을 세워나가고 있는 한편, 중형선주들의 경우 연료 선택 문제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선종별 발주량은 컨테이너선은 증가한 반면, 벌크선과 탱크선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PG선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벌크선의 상반기 발주량은 141만CGT(75척)로 전년 대비 25.9% 감소했다.
벌크선은 시황 개선에도 최근 브라질-중국 간 철광석 운송을 위한 초대형 광석운반선 집중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신조 발주가 다소 부진했다.
중형 컨테이너선 발주는 47만CGT(30척)로 전년 대비 30.4% 증가했다. 전년도 상반기의 부진한 발주로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발주량이 많지 않은 수준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이었던 중형 탱크선 발주량은 132만CGT(59척)로 전년 대비 39.6% 감소했다. 유가 영향과 탱크선 해운시황 부진이 발주 감소로 이어졌다.
신조선가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3% 상승한 480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파나막스와 핸디막스는 각각 3.8% 4.4% 상승한 2750만달러 2350만달러로 집계됐다. 2017년 이후 벌크선 가격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형 컨테이너선 가격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개선흐름을 지속했다. 3600~3800TEU급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는 1.4% 상승한 3750만달러를 유지했다. 1850~2100TEU급과 1000~1100TEU급 선박의 신조가는 각각 7.3% 4.3% 오른 2575만달러 1825만달러로 집계됐다. 중형 탱크선 가격은 대부분 전 분기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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