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최악의 일감절벽 여파와 대내외 리스크에 국내 중견조선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비용절감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나섰던 조선사들이지만 수주량 급감과 고정비 증가 등의 환경변화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해 중견조선사들은 외형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놓치며 힘겨운 한 해를 마감해야 했다.
중견조선 재작년 수주액 전년比 72% 급감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 국내 주요 중견선사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모두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변동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고정비 증가, 후판단가 인상 등이 실적악화로 이어졌다는 게 조선사들의 전언이다. 또한 수주량 감소도 조선사들의 외형 축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16년 한 해 중견조선사들의 수주실적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재작년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수주액은 전년 대비 72.2% 급감한 3억7천만달러(한화 약 4200억원)로 추정된다. 2007년(262억1천만달러·약 30조원)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조선사들의 수주액이 10억달러를 밑돈 건 수은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재작년 3조원대 매출을 신고했던 현대계열 조선사들의 외형은 1년 사이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현대삼호중공업은 전년 대비 28.3% 감소한 2조7710억원의 매출을 신고했다. 2015~2016년 수주량 감소가 매출액 하락으로 이어졌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6.5% 급감한 60억원으로 쪼그라들었으며, 순이익 역시 2016년 504억원에서 2017년 -42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환율 변동과 고정비·후판가격 인상이 실적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중형 제품운반선 건조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도 외형과 내실이 동반하락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9.1% 감소한 2조4413억원을 기록, 외형 확대에 실패했다. 영업이익은 재작년 1640억원에서 지난해 816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반면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폭증한 4265억원을 기록했다.
한진중공업 역시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4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적자폭을 줄였지만 지난해에도 적자 성적표를 내놓았다. 매출액은 전년 5372억원 대비 22.3% 감소한 4169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성동조선해양 역시 외형·내실 모두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조선해양의 지난해 매출액은 4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75.8% 급감했다. 재작년 1조 클럽에 몸담았던 성동이지만 수주량 급감 여파로 매출도 곤두박질 쳤다. 이 조선사의 영업이익은 300억원으로 23.4% 감소했으며, 순이익도 -1941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대한조선의 매출액은 재작년 6709억원에서 4389억원으로 34.5% 후퇴했다. 영업이익은 4억원으로 98.9% 급감했으며, 당기순이익도 -6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성동조선과 더불어 연간 1조원대 매출을 올렸던 STX조선해양 역시 외형 축소를 피할 수 없었다. 2000년대 후반 4조원대 연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 수주량 ‘톱 5’에 포함됐던 이 조선사의 외형은 지속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2016~2017년 수주량이 크게 감소한 게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STX조선해양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2.9% 급감한 395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60억원으로 축소됐지만, 당기순이익은 -105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작년에 수주된 선박이 올해 인도되면 영업이익이 -100억원대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조선의 올해 매출액은 2641억원으로 전년 2845억원 대비 7.1% 후퇴했다. 신조선공사 부문이 2844억원에서 2628억원으로 감소한 게 매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영업이익은 -280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으며, 순이익도 -20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이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며 “120억원 규모의 충당금이 실적에 반영됐다”고 전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조선사들이지만 올해도 험난한 경영환경이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조선사와 달리 중견조선사들은 업황이 좋아졌다는 걸 체감할 수 없다”며 “수주량 확대를 통해 실적개선을 하루빨리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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