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한 국내 중소기자재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우량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 대출을 기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조선업 불황 때문이다.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 은행은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 금융권은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 기준을 강화하고 대출을 기피하는 등 조선업종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중소조선산업 활성화 방안 전략포럼'에서 조선해운한림원 김강수 이사는 "금융권 대출 기피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기자재업계의 부도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업계의 매출과 고용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매출은 1조1916억원으로 전년 1조3054억원과 비교해 8.7% 감소했다. 김 이사는 올해 기자재업계의 매출은 1조325억원을 기록, 2015년과 비교해 20.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실적 역시 2015년 3584명에서 2017년 3265명으로 8.9%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이사는 "기업활력법과 사업다각화 보조금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량기업임에도 조선업종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내 조선업과 기자재, 수리조선 관련 사업자단체는 총 8곳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8개 기업) 조선공업협동조합(다대포조선 마스텍중공업 등 70여개 기업) 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엔케이 등 220개 기업) 해양플랜트선박수리업협동조합(정일터빈 등 60여개 기업) 선박기관수리공업협동조합(동원냉동물류 등 120여개 기업) 등의 사업자단체에 총 800여개 기업들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조선업 호황이 극에 달했던 2008년 중소형조선협회가 출범했지만 몇 년 뒤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김 이사는 "수주·건조량 감소로 전 세계 건조설비가 과잉"이라며 "과잉이 해소 중이지만 시간이 소요돼 설비(건조능력) 축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조선사들은 금융기관의 RG 발급 기피로 신규 선박을 수주할 수가 없어 이에 따른 일감 부족으로 경영 환경 여건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조선업 지원을 배제한 정부의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추진으로 중소조선업계는 이에 대한 대책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이날 유진호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 사무국장은 "정책금융을 활용한 국내조선소 RG는 WTO 보조금 해당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는 없으나 심각한 수준의 리스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신설 공사의 지배구조, 관련 법령, 운용 매뉴얼, 시장 기준의 원칙 등을 주의해 중소조선소 RG의 긍정요소를 고려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포럼에서는 금융기관의 중소조선소에 대한 RG발급 실태(이동해 해양금융종합센터장), WTO 보조금 협정사항(박문학 세진 변호사), 중소조선소의 발전 방안 (한순홍 카이스트 교수)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이어 포럼의 패널과 청중간의 질의응답 등 중소조선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개토론이 진행됐다.
부산시 측은 “최근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맞아 업계에서는 약 10∼15일의 휴가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조선소의 일감 부족에 따른 울며 겨자 먹기씩 휴가를 가고 있는 것으로서 조선소 종사자들은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어 매우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중소조선업 활성화 전략은 중소조선소의 있는 일자리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해 금융-해운-조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RG 발급 등 지원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환 중소조선연구원장은 "자생력이 부족한 중소조선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지향적인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계 조선경기 회복기를 대비해 조선업을 조선해양기자재산업 및 해운업과 연계하는 융합산업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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