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3 17:03

허리띠 졸라맨 조선사들 자구안 이행 어디까지 왔나

현대重·지역사회, 군산조선소 폐쇄놓고 온도차 여전


2008년은 조선업 호황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다. 호황이 지속되자 너도나도 배를 짓는 독(Dock)을 세웠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자 그들의 장밋빛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전 세계 조선시장을 호령했던 국내 대형조선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적자성적표를 낸 조선사들은 불렸던 몸집을 줄이며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조선사들은 영업실적을 잇따라 발표했다. 불과 지난해까지 마이너스 성적표를 내놓으며 적자에 허덕이던 조선사들이지만 올해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와 삼성은 2분기에 각각 1517억원 20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각각 6분기 4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채권단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으며 올해 1분기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대우조선해양도 2분기에 흑자경영을 일굴 것으로 보인다.

현대重 자구안 이행률 90% 육박

국내 대형조선사들 중 자구안 이행률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총 3조5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구조조정안이다. 비핵심자산 매각과 사업조정, 경영합리화 등이 골자다. 이미 현대자동차 포스코 KCC 등 보유투자자산 매각을 통해 2조5천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 경영개선 계획 이행을 위해 1조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다. 최근 호텔현대 매각을 통해 약 3조원 이상의 경영개선 계획을 집행해 3조5천억원의 약 90%를 달성했다.

또한 부채비율(별도기준)을 자구계획 실행 전인 지난해 1분기 말 134%에서 현재 90% 중반까지 줄여 재무건전성을 확보했다. 현대는 하반기에도 비핵심자산을 과감히 매각, 핵심사업에 역량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금융업 철수 방침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을 추진 중이며, 현대커민스, 독일 야케법인, 중국 태안법인, 미국 현대아이디얼전기 등 비핵심사업 정리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막바지에 다다른 자구계획 이행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놓고 지역사회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임금반납, 연장근로 폐지, 인력조정 등 인건비 절감을 통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의 연간 절감액은 약 8500억원에 달한다. 일감 부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과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사회는 군산조선소 중단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풀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동영 조배숙 유성엽 김관영 김광수 김종회 이용호 국회의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폐쇄 결정 이후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정치권, 지자체, 현대중공업 등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이들은 부실기업 대우조선엔 7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반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군산조선소를 중단하는 건 지역차별과 정치논리가 작용하는 거라고 비난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타 조선사와 마찬가지로 수주절벽에 직면해 있다. 향후 시황침체 장기화와 실적부진 등 매출 감소 상황을 고려할 때 자구계획을 통한 원가절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重·대우조선, 인력감축에 초점

삼성중공업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자구안 이행률을 높여나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2016~2020년까지 5년에 걸쳐 인건비 등 총 1조5900억원을 절감한다는 내용이다. 삼성 역시 향후 일감부족 후폭풍에 따른 매출 감소 등의 대응책으로 경영 효율화를 내세웠다. 경영효율화 방침을 내세운 삼성은 화성사업장, 사외기숙사, 당진공장 및 두산엔지 지분매각 등을 진행했다.

현재 자구안 이행률은 50%로 향후 판교 R&D센터 삼성호텔 등의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6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총차입금은 약 4조5천억원으로 지난 연말의 약 5조3천억원 대비 8천억원 줄었다. 부채비율은 137%로 지난 연말(174%)과 3월 말(149%)에 비해 계속 감소하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

삼성 역시 인력감축이 쉬운 건 아니다. 지난해 약 2000여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삼성은 내년에 추가로 30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 최대 5000여명을 내보낼 예정이다. 기존 1만4000여명에서 40%에 달하는 인력 감축이다. 인력감축과 임금 반납 등에서 따라오는 후폭풍이 큰 편이다. 대리급 이하인 사원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을 추진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구조조정 추진에 반발하는 노동자협의화와의 원활한 협상 여부가 진행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부실과 회계조작 등으로 얼룩져 대중의 질타를 받은 대우조선 역시 경영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우는 2015년 대규모 손실 발생 이후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함께 자구계획을 수립, 총 5조3천억원의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했다. 유동성 확보 1조9천억원과 2016~2020년까지의 손익개선 3조4천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대우는 올해 자구계획 목표인 2조7100억원 중 2조650억원을 이행했다.

대우조선도 타 조선사와 마찬가지로 인건비 절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유동성 확보계획은 DK 선박청산, 두산엔진 주식 등을 통한 약 3600억원을 실행했으며, 청계천 본사 사옥도 매각을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독립협의체 형식의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도 출범했다. 대우조선 역시 일감부족에 따른 매출 감소와 자금운용을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전 세계 조선시장은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회사의 몸집을 줄인 기업이 있는가 하면, 파산한 조선사도 상당하다. 조선소 숫자가 나날이 줄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경쟁 상대가 없어지는 셈이라 긍정적이다.

수주량 역시 ‘역대 최악의 조선시황’이라고 불리우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올 상반기(1~6월) 256만CGT(수정환산톤수)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배 이상에 달하는 일감을 수확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이 원활히 마무리될 경우 조선사들은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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