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가 금융계약이나 운송계약을 체결 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외국계 선주배상책임보험(P&I) 가입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팔을 걷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선주협회는 188개 회원사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바른 등 주요 법무법인에 선박금융계약서(Loan Agreement)에 명시하고 있는 가입 허용 P&I 제공자 명단에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을 추가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서를 보냈다.
KP&I는 재정안정성과 요율경쟁력, 양질의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금융·운송계약서 상의 제약으로 가입선박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박금융계약이나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할 때 요구하는 P&I보험을 관례적으로 IG클럽(P&I클럽 국제그룹)으로 제한하고 있는 까닭이다.
IG클럽은 노스오브잉글랜드 런던P&I 브리태니어 스탠다드 스팀십뮤추얼 십오너스 웨스트오브잉글랜드 UKP&I 등 영국계와 노르웨이 가르(Gard) 스컬드, 스웨덴 스웨디시클럽, 미국 아메리칸클럽, 일본선주책임상호보험(JP&I) 등 총 13곳으로 구성돼 있다. 영국계 P&I보험사가 8곳으로 IG클럽을 장악하고 있다.
관행적인 외국계 P&I 가입은 많은 폐단을 낳고 있다. 국내 시장의 IG클럽 과점 구도가 굳어지면서 연간 1억5000만달러(약 170억원)의 국부가 유출되는 건 물론 국적 P&I보험사는 성장이 어려워지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
KP&I가 IG클럽의 대체제로 성장할 경우 외국 P&I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방지할 수 있는 데다 외국선박의 보험 인수를 통해 국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 금융 보험 등 국내 관련산업의 선순환 발전도 꾀할 수 있다.
6월 말 현재 한국선사에서 운항 중인 외항선박은 총 1449척으로, 이 중 KP&I에 가입한 선박은 중소형선 450척에 불과하다. 척수로 따져 국내 선박의 3분의 2가 외국 P&I에 가입해 있는 셈이다.
KP&I는 신용도와 보험서비스 면에서 IG클럽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세계적인 보험사 전문 신용평가기관인 미국 AM베스트로부터 5년 연속 A-(엑설런트)를 받고 있는 데다 S&P로부터 신용도 A~AA-를 받고 있는 세계 유수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뮌헨레 로이즈 등과 재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KP&I가 거래하고 있는 재보험사는 IG클럽에도 나란히 재보험서비스를 하고 있다.
게다가 KP&I와 IG클럽의 담보범위는 선원, 화물손상, 선체잔해제거, 부두손상, 유류오염 등으로 동일하며 보험약관도 같다.
담보한도도 IG클럽의 유류오염 담보금액과 같은 10억달러다. P&I보험 역사상 손해액이 5억달러가 넘는 사고는 단 1건 있었다. 초대형 크루즈선 <코스타콩코르디아> 사고에선 손해액이 1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일반 상선에선 이 같은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IG클럽과 마찬가지로 영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파나마 마셜제도공화국 라이베리아 몰타 한국 등 주요 국가의 인정보험자로 지정되는 등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선박금융계약이나 화물운송계약 화물매매계약 용선계약 등 해운 거래에서 IG클럽만을 이용토록 하는 건 해운업계 대표적인 적폐 중 하나"라며 "KP&I 가입이 자동적으로 허용되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공문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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