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일감들이 건조 시점에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가가 하락하고 후판 가격이 상승한 탓에 조선사들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조선사들의 숨통을 틔워준 수주물량이 수익성보다는 일감확보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수주체감도 상승…수주액은 하강
올해 조선사들의 일감은 지난해와 비교해 늘었지만, 수주액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전 세계 1~5월 누적 선박 수주량은 653만CGT(수정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반면 수주액은 전년 186억9천만달러 대비 4% 감소한 179억4천만달러로 집계됐다. KB증권 정동익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신조선 발주전망치를 1700만CGT로 제시했다며, 누적수주는 전망치 대비 38.4%로 예상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7.8%로 하락했으나 올해 31.8%로 상승했다. 조선사들이 강점을 가진 LNG선 VLCC(초대형유조선)를 중심으로 일감을 확보했다. 정 연구원은 올해 신규 수주가 급증한 것으로 느껴지는 건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시장 점유율 상승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누적 수주가 지난해 연간 수주를 넘어섰다. 현대삼호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수준에 근접했다. 다만 정 연구원은 이는 기저효과에 의한 것으로 매출액 이상의 신규수주를 확보하지 못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후판가격 상승세 지속
신조선가 하락과 후판 가격 상승도 조선사들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주범 중 하나다. 신조선가 지수가 바닥을 치고 상승반전했지만 조선사들과 무관한 벌크선 상승에서 기인했다.
달러기준으로 신조선가 지수는 2016년 말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조선사들의 주력선종인 VLCC와 LNG선 선가는 각각 2016년 말 대비 4.1%와 6.1% 하락했다. 환율을 고려한 원화선가 하락률은 9.8%와 11.6%에 이르고, 달러기준으로는 3.1% 상승한 MR 탱크선도 원화기준으로 3% 하락했다.
2015년 말 t당 40만원 수준이었던 국내산 후판(20mm 기준) 가격도 2016년 초부터 상승세가 이어져 현재 58만원까지 상승했다. 달러로 환산한 한·중·일 후판가 평균도 2015년 말 대비 31.4% 상승한 565달러를 기록 중이다. 신조선가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아프라막스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후판가격 상승은 원가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게 된다. 정 연구원은 “최근의 신조선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하락, 후판 등 원자재가격상승은 원가절감을 통해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은 결국 올해 상반기 수주한 선박들이 건조시점에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VLCC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수주한 선박의 수익성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지난해 평균 대비 올해 상반기 VLCC 신조선가는 8.6% 하락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분 2.7%를 반영하면 원화기준 선가는 11%까지 하락한다.
건조시점에서 후판가격이 올해 상반기 평균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후판비용은 2016년 대비 8.5%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구조조정과 무급휴직 등을 통해 직영인력의 인건비 15%를 감축하고 기타 재료비와 경비, 외주인력 인건비, 판관비 등을 10% 감축하면 척당 32억3천만원의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KB증권의 분석이다. KB증권은 “매출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 실제 수익성은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조선사들의 매출기준 수주잔고는 1년치가 채 안 되는 상황이다. 하반기 들어 수주잔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조선사들은 신규 수주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저가로라도 수주해서 고정비를 배분할 수 있으면 손실은 제한적이지만, 아예 수주를 못해 매출이 급감하면 더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신규 수주는 수익성보다는 잔고확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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