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급(KR) 이정기 신임 회장은 비선급 분야 확대를 통해 해운조선 불황에 대응하겠다고 향후 경영전략을 밝혔다.
이 회장은 22일 당선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선급이 처해있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선급 매출은 (선박검사를 통해 수익을 거둬 들이는) 선급사업이 80%를 차지하고 있고 그외 비선급사업 매출이 20% 정도”라며 “이런 구조로 갈 경우 앞으로 또다시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각종 인증이나 컨설팅 엔지니어링 등 비선급분야 수익사업 역량을 키워 나가는 한편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기술, 가스오일 분야 진출도 꾀한다는 구상이다.
현지 영업 강화 전략도 제시했다. “선급은 지금 거점지역을 유럽 일본 중국 아태지역으로 크게 보고 있다. 유럽 중국 일본은 성과가 있었고, 아태지역은 아직 큰 성과를 못 봤다. 거점지역 영업을 강화하겠다. 영업인력과 검사인력 현지화를 빨리 추진하겠다.”
전영기 회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 승진 사례인 이 회장은 “어려운 시기엔 내부 출신이 직원을 결속하고 경영을 열심히 해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뜻을 세웠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연장선상에서 경영기조를 “직원 화합, 조직 안정, 경영 내실화, 미래 선도 기술 개발, 국책과제 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의 R&D(연구개발) 투자 전환”으로 설정했다. 조직을 추스르고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미다.
중동시장 확대 청사진도 제시했다. 재정난에 대응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내부의 중지를 모아서 잘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IMF(외환위기)로 수주량이 떨어졌을 때 모선사가 일본에서 선박을 많이 발주해서 선급이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 이란에서 신조 발주한 배와 현존선 200만t이 새롭게 들어오기로 했다. 영업적으로 필요하다면 중동시장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
내년부터 정부 대행 선박검사시장이 프랑스선급(BV)에 개방된 데 대해선 가격 경쟁이 아닌 서비스 품질 경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저희 강점 중에 하나가 수수료 경쟁력이었다. BV가 정상적인 수수료를 받는다면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BV는 우리처럼 공식 요율표(태리프)가 없다. 컴퓨터를 돌려서 (요율을) 정한다더라. 계수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싸게 또는 비싸게 정할 수 있겠지.
처음 한국 시장에 들어올 땐 저렴하게 수수료를 책정할 거라 본다. 우리가 수수료로 경쟁할 수 없다는 거다. 서비스의 질이 우리 한국 선대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 하는 관건이다.”
올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선급은 한진해운 선대 이탈을 막기 위해 선주사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영업을 벌이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는 해사 종사자로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저희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부분은 우리 선급에 등록된 한진해운 선박 80여척이다. 500만t(총톤수) 정도 된다.
선박들이 팔려나가거나 반선됐는데, (선주에게) KR를 유지해달라고 영업조직에서 열심히 뛰었다. 성공률이 50~60% 정도 된다. 한진해운으로 받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실적에 대해 수입은 1350억원 지출은 129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수입은 65억원, 지출은 45억원 감소한 수치다. 내년엔 올해보다 수입이 100억원 정도 줄어들 거라 내다봤다.
73대 13이란 압도적인 표차이로 승리를 거둔 이 회장은 “경쟁 후보도 굉장히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리라곤 예상을 못했다”며 “해운인들이 KR를 굉장히 사랑하셔서 오늘의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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