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대형 컨테이너선의 잇따른 등장으로 ‘노는 선박’이 급증하고 있다. 한 때 근해항로에서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로 귀했던 컨테이너선이 지금은 매매시장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선 계선(선박을 매어두는 일) 규모는 10월 말 397척으로 집계됐다. 컨테이너로 따지면 20피트 컨테이너(TEU) 159만개에 달하는 선복량이다. 9월 100만TEU를 밑돌았지만 10월 들어 계선량이 급증했다. 10월 중순에는 7개월 만에 150만TEU를 넘어섰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계선 선복이 차지하는 비율은 TEU 기준으로 7.8%다. 10월 중순과 비교해 0.2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3000~5000TEU급 파나막스급 선박의 계선이 두드러졌다.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으로 파나막스급 선박이 근해항로로 몰리며 계선량이 늘었다.
선형별 계선 규모는 ▲500~999TEU급 49척 ▲1000~1999TEU급 84척 ▲2000~2999TEU급 50척 ▲3000~5099TEU급 126척 ▲5100~7499TEU급 37척 ▲7500TEU급 이상 51척이었다.
계선을 보다 못한 선주들의 최종 선택은 선박 해체(스크랩)다. 고정 운항비로 비용을 떠안는 선주들은 해체장으로 선박을 보냈다. 계선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 해체 또한 급격히 증가했다. 1~10월 누계 해체량은 144척(48만8000TEU)으로,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3년(1~12월) 194척(44만2000TEU)의 선복량을 웃돌았다.
해체는 4000~5000TEU급 파나막스급 선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10월 말까지 39척이 처분됐으며, 30척(11만3000TEU)이 해체 업체에게 매각됐다. 2016년 전체 해체량은 65만TEU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발트국제해운거래소(빔코)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선 해체량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할 전망이다. 처분선의 상당수는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으로, 전체 해체량의 47%에 달한다. 다른 선형의 폐선 비율은 8000TEU급 중형선이 전체의 30%, 1000~2999TEU급까지의 피더선이 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과잉공급과 노후선 처분 등으로 해체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는 예상을 넘어선 컨테이너선 해체에 대해 선복과잉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미 발주된 신조선이 2017~2018년에 추가로 인도된다는 점을 바탕으로 폐선을 결정하는 선주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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