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이 발달하고 지하철 무임제도가 있는 한국엔 특이한 직업이 존재한다. 바로 ‘지하철 실버택배원’이다. 지하철 택배는 약 10년 전쯤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탑승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노인들이 쇼핑백을 어깨 가득 메고 가시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12시, 14시, 16시, 18시. 하루 네 번 서울 을지로4가역은 분주해진다.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도 지하철 2호선의 문이 열리면 입은 어르신들이 어깨에 쇼핑백을 메고 한 곳으로 모인다.
배송하면 개당 2000원~2500원 정도 받는다. 하루 3~4건의 주문을 처리하면 2만 걸음(약 14㎞)을 걷는다.
신도림역 3번 출구에 있는 무료카페 ‘동네북’과 맞은편 분수대는 대표적인 택배원들의 쉼터다. 택배원들은 이곳의 테이블에 앉아 신문이나 책을 보며 주문을 기다린다. 강남역에도 택배원들이 자주 찾는 곳이 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허브플라자’다. 강남역 8번 출구 부근에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일이 쉬울 것 같지만 속내를 알면 힘든 편에 속한다. 하루 종일 서있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고 걸어가야 한다. 체력이 부족한 노인 입장에서 힘들 수밖에 없다. 고객과 퀵서비스회사에게 쉴 틈 없이 전화를 주고받아서 전화요금 폭탄을 맞기 쉽고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또한 스마트폰에 익숙한 배송원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고객에게 찾아가지만, 일부 스마트폰을 잘 다룰 줄 모르는 노인들은 고객에게 찾아가기 무척 힘들다.
또한 물건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물건을 잃어버리면 반드시 배송원의 책임이다. 물건값을 전부 물어내고 배송비도 받지 못한다.
일부 퀵서비스회사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으면서 4대 보험도 가입시키지 않는다. 배송원은 대부분 알아서 점심을 사먹어야 하고 일이 밀려서 점심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시간에 쫓겨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배송원에게 돌아간다.
더 큰 문제는 과도한 중개수수료이다. 적은 임금에도 노인들을 상대로 중개수수료로 30%를 가져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에도 소개되거나 실제 방송에도 지하철택배원이 나온 것처럼 노인 일자리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6년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이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10명 가운데 6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생활비를 이유로 꼽았다. 대부분이 여가나 취미가 아니라 실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인데도 정작 노인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는 찾기 어려운 것이다.
종사자가 대부분 노인인 실버택배는 자세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의 실정이다.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택배산업과 일자리는 원하는 실버인력. 이 두 문제점을 해결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나라의 택배산업이 해결해야할 또 하나의 과제로 보여 진다. 그리고 그 과제를 풀어가는 방법에서 제도적인 보완이 있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 김은아 대학생기자 everafter41@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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