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4 16:16

논단/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법학박사)
<4.4자에 이어>
바.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한 화물인도로 인한 손해 문제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운송물을 인도한 경우에 선하증권 소지인이 입은 손해가 선박의 운항과 직접 관련해 발생한 물적 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법원은 1998년 판결에서 “1976년 책임제한조약이 ‘선박의 운항과 직접 관련해 생긴 물적 손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당해 선박과 물적 손해사이에 견련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해 선박의 운항과 직접 관련해 생긴 물적 손해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이를 책임제한 대상 채권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 책임제한 대상이 아닌 채권
(1) 유한책임의 배제
우리 상법은 아래와 같이 제773조에서 유한책임을 배제하는 책임제한 예외 채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해당하는 채권은 책임제한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제773조 (유한책임의 배제)
선박소유자는 다음 각 호의 채권에 대해는 그 책임을 제한하지 못한다.
1. 선장·해원, 그 밖의 사용인으로서 그 직무가 선박의 업무에 관련된 자 또는 그 상속인, 피부양자, 그 밖의 이해관계인의 선박소유자에 대한 채권
2. 해난구조로 인한 구조료 채권 및 공동해손의 분담에 관한 채권
3. 1969년 11월 29일 성립한 「유류오염손해에 대한 민사책임에 관한 국제조약」 또는 그 조약의 개정조항이 적용되는 유류오염손해에 관한 채권
4. 침몰·난파·좌초·유기, 그 밖의 해양사고를 당한 선박 및 그 선박 안에 있거나 있었던 적하와 그 밖의 물건의 인양·제거·파괴 또는 무해조치에 관한 채권
5. 원자력손해에 관한 채권
(2) 상법 제769조 각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채권
상법 제769조는 선주유한책임이 적용되는 채권을 열거하고 있으므로 위 법조 각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채권은 책임제한 대상 채권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아. 대법원 2014년 5월9일자 2014마223 결정 소개
(1) 결정요지
상법 제769조 제1호는 선박소유자가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같은 법 제770조에 따른 금액의 한도로 그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채권의 하나로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해 발생한 그 선박 외의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해 생긴 손해에 관한 채권’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74조 제1호는 용선자 등도 위 규정에 따라 선박소유자의 경우와 동일하게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 대상을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해 발생한’ 손해에 관한 채권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은 1976년 해사채권에 대한 책임제한조약(Convention on Limitation of Liability for Maritime Claims) 제2조 제1항 (a)호의 ‘occurring in direct connection with the operation of the ship’을 수용한 것으로서,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제도의 목적, 연혁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선박의 운항이 종료된 후에 발생한 선박소유자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에 기초해, (1) 화물의 해상운송을 위해 선박을 운항한 경우 화물이 목적항에 도착해 양륙되고 보세장치장에 반입됐다면, 그 후 보세창고에 보관 중이던 화물을 보세창고업자가 무단 반출하는 행위는 선박의 운항에 속하거나 이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2) 신청인이 이 사건 선박을 운항해 운송한 이 사건 화물을 주식회사 청명이 운영하는 보세창고에 보관하던 중 주식회사 청명이 이 사건 화물을 선하증권과 상환 없이 무단 반출해 정당한 선하증권 소지인인 한와코교 가부시키가이샤에게 위 화물가액 상당의 손해를 발생시켰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선박의 운항과 직접 관련해 발생한 손해가 아니므로 위 손해에 관한 채권은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 대상이 되는 채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결정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거기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법 제769조 제1호의 해석 및 해상운송인의 책임종료시점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평석
위 결정은 보세창고에서의 화물무단반출행위에 대해 선박의 운항이 종료된 후에 발생한 것으로 선박의 운항과 직접 관련해 발생한 손해가 아니므로 선주유한책임의 대상 채권이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박의 운항 종료 후에도 선박의 운항과 직접 관련된 손해에 대한 채권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안에 따라 선박운항과의 관련성을 판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위 결정은 합리적 이유 설시없이 선박운항과의 관련성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으로 생각된다.
III. 포장당, 중량당 책임제한에 의한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

1. 포장당 책임제한과 중량당 책임제한

가. 상법 규정
우리 상법 규정에 의하면 해상운송인은 운송물에 가한 손해가 운송인 자신의 고의 또는 그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해 생겼음이 증명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운송물 매포장당 또는 선적단위당 666.67 SDR의 금액과 중량 1kg당 2 SDR의 금액 중 큰 금액을 한도로 책임을 제한(개별적 책임제한)할 수 있다(상법 제797조 제1항). 여기서 운송물의 포장 또는 선적단위의 수는 컨테이너 기타 이와 유사한 운송용기가 운송물을 통합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에 그러한 운송용기에 내장된 운송물의 포장 또는 선적단위의 수를 선하증권 기타 운송서류에 기재한 때에는 그 각 포장 또는 선적단위를 하나의 포장 또는 선적단위로 보며,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운송용기내의 운송물 전부를 하나의 포장 또는 선적단위로 본다(위 법조 제2항). 운송인의 개별적 책임제한은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할 때에 그 종류와 가액을 고지하고 선하증권 기타 운송서류에 이를 기재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지만, 송하인이 운송물의 종류와 가액을 고의로 현저하게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이 악의인 경우를 제외하고 운송물의 손해에 대해 책임을 면한다(위 법조 3항).

나. 책임제한(한도)
우리 상법상의 해상운송인의 위 책임제한 규정은 1968년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서 정한 포장당 책임제한금액 667.67 SDR과 중량당 책임제한금액 kg당 2 SDR을 수용한 것이다.

다. 책임제한의 배제
운송물에 대한 손해가 운송인 자신의 고의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책임제한이 배제된다(상법 제797조 1항 단서).

2. 제한되는 운송인의 책임의 범위

가. 해상물건운송인의 책임
(1) 운송인의 책임의 특색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에는 운송계약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며,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은 과실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운송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의 경우 운송인의 과실이 추정돼 운송인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과실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상법은 상사과실이 아닌 항해과실로 인한 손해와 선박화재로 인한 손해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해상 고유의 위험이나 천재지변 등의 면책사유를 규정하는 한편 운송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운송인의 책임을 일정 한도로 제한하는 책임제한제도를 두고 있는 점에서 민사책임과 다른 특색을 갖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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