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항로 동서안의 명암이 더욱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중남미항로 취항 선사들은 새해 벽두 남미서안에서의 기본운임인상(GRI)에 사활을 걸었다. 1월1일 TEU(20피트 컨테이너)당 1000달러, FEU(40피트 컨테이너)당 2000달러의 GRI가 성공을 거두며 바닥운임이 다소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상승 기미도 잠시, 1주일 만에 운임이 다시 하락세를 타며 불안정한 기세가 드러났다.
선사들은 떨어지는 운임을 방어하기 위해 1월18일에도 TEU당 750달러, FEU당 1500달러의 GRI를 적용한다. GRI가 성공할 경우, 남미서안의 운임은 TEU당 1500달러, FEU당 2800~3000달러 선까지 상승한다.
업계는 선사들의 항로 효율화 노력이 운임 상승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몇몇 선사들은 이미 선복 감축 효과로 운임을 상당 수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12월10일 MSC, 현대상선, 하파그로이드, 함부르크수드, CMA CGM, 차이나쉬핑은 새로운 선박공유협정(VSA)을 체결해 주당 1만4000TEU의 선복을 감축했다.
뿐만 아니라 하파그로이드는 자체적인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을 통해 약 24%의 선복을 대폭 삭감하는 결단을 내렸다.
하파그로이드는 아시아-중남미항로에 주당 1만3000~1만6000TEU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머스크라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하파그로이드 관계자는 “감축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미정”이라며 “현재는 무기한으로 예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선복 과잉 사태를 부추겼던 한진해운, 현대상선, 양밍라인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복을 줄인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대했던 중국 춘절 특수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할 전망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중남미 시황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황에서 물량이 반짝 늘어나는 정도로는 운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춘절로 인한 밀어내기 물량은 운임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자구책이 마련되고 있는 남미서안과 달리 남미동안은 해결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브라질 산토스항의 1월8일자 운임(스팟)은 278달러로 전주대비 103달러나 하락했다. 선사들은 1월에 이어 2월에도 별다른 GRI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한 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이 남미동안에서 운임을 회복하는 것은 거의 포기한 상태"라며, "당분간 동안의 저운임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5월로 예정된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 이후, 중남미항로의 캐스케이딩(전환배치)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가속화되는 선복과잉에 선사들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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