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권이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해운산업 지원에 미온적인 가운데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다시 떨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18일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한 노치 하향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말 BBB에서 BBB-로 떨어진 뒤 1년 만에 추가 신용 강등이 이뤄졌다.
한신평 김용건 기업평가본부 파트장과 나이스신평의 오승호 기업평가본부 평가전문위원은 원양 컨테이너운송시장의 운임약세 심화와 자구계획 이행에도 해소되지 않은 과중한 재무부담, 금융환경 악화에 따른 차입금 상환부담 확대 등을 평가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올해를 끝으로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와 채권금융기관의 불확실한 지원 방향이 한진해운의 신용등급 강등 배경으로 지목됐다.
등급전망에선 두 신평사가 엇갈렸다. 한신평은 ‘안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나이스신평은 지난 8월17일 사업경쟁력 약화 전망 등을 고려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한 뒤 이번에도 이를 유지했다. 나이스신평은 컨테이너선 공급 증가 등으로 단기적으로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익창출력과 재무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관측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매출 기준 컨테이너선 92.7%, 벌크선 7.1% 등의 선종을 운영하고 있으며, 평가일 현재 주력선종인 컨테이너선 운영선단은 세계 8위(알파라이너 기준 ), 국내 1위의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분의 약 45.3%(자기주식 9.7% 포함)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 등이다.
신평사들은 선박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동량의 부진으로 주력 노선인 미주와 유럽항로의 운임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컨테이너 시황이 더욱 침체되고 있다고 시장상황을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경쟁으로 중단기적으로 초대형선박의 유럽항로 투입과 미주항로 캐스케이딩(선박전환배치)이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시황 불투명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한진해운은 미 서안 항만파업과 체선에 따른 운임강세와 유가하락으로 한 때 실적 개선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수급불균형이 깊어지면서 성수기인 올해 3분기에 -0.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10월 이후 운임수준에 미뤄 4분기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평사들은 선복수급과 운임 등 컨테이너선 시황 개선과 수익성 제고, 외부지원을 포함한 적정 수준의 유동성 확보 방안 마련, 재무안정성 개선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와 채권금융기관의 지원 등이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황 회복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해운산업 지원정책 변화가 한진해운 신용등급 상승에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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