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지 않는 운임으로 허덕였던 호주항로는 간만에 운임인상(GRI)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협의협정(AADA)은 10월15일 TEU(20피트 컨테이너)당 500달러의 GRI를 시도했다. 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200달러에서 많게는 500달러까지 인상액이 적용됐다. 이번에 GRI를 성공하지 못한 선사들도 11월까지 시기를 연장해 다시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롱할리데이를 앞둔 호주항로는 11월 초까지 물량이 쏟아져 10월에 성수기를 맞이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올 한해를 GRI 없이 보낼 가능성이 높아 선사들은 10월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 선사 관계자는 “12월에 크리스마스 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GRI가 가능했다”고 인상 배경을 밝혔다.
10월 운임은 내년도 장기계약을 가늠하는 척도가 돼 중요하다. 선사들은 보통 11월부터 대기업 화주들을 상대로 장기계약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운임이 하락세에 머물면 화주와 유리한 조건에서 계약을 체결하기가 힘들어 선사들은 10월 GRI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GRI에도 불구하고 호주항로의 시황은 여전히 어둡다. 10월 초에는 한국 추석 연휴와 중국 국경절 연휴의 영향으로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70%대까지 떨어졌다. 10월 말부터 중국발 화물이 회복되며 물동량이 소폭 늘겠지만 소석률은 8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계속된 불황으로 성수기 효과가 예전 같지 않아 오른 운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성수기 효과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가 강하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영향을 많이 받아 물동량이 20%까지 차이를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물동량 변화에 맞춰 운임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하이항운교역소가 집계한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노선의 10월9일 운임은 TEU당 334달러다. 9월에는 364달러에서 344달러로 20달러 소폭 하락해 지난 달과 비교해 운임에 큰 변화가 없었다. 한 선사 관계자는 “계속되는 불황으로 운임의 변화폭이 큰 다른 항로와 달리 호주항로는 묵묵히 운임을 유지해나가고 있다”고 시황을 분석했다.
선사들은 11월 초부터 12월까지 블랭크 세일링(임시 결항)을 계획 중이다. 선복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크리스마스 물량을 내보낸 뒤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사들은 블랭크 세일링으로 선복을 조절하며 운임이 더 떨어지지 않게 방어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호주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의 성장을 기록하며 선진국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다양한 산업에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불황 속에서 저운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찾으면 호주 항로도 다시 호황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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