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적 성수기가 돌아왔지만 호주항로는 선복과잉으로 큰 혜택을 입지 못했다.
호주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9월1일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6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를 실행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한국발 물동량은 5% 정도 소폭 증가했지만, 중국발 물량이 여전히 저조해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이 70~80%대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8월에 이어 두 번이나 계획이 무산됐지만, 선사들은 10월에 다시 GRI를 시도해 운임반등을 노린다.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협의협정(AADA)은 10월15일부로 TEU당 500달러, FEU당 1000달러의 GRI를 계획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10월 중순부터 한 달간 쏟아질 물량에 기대를 해보겠다는 속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호주항로의 현재 운임은 평균 5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발 오스트레일리아·호주노선의 운임은 9월2일 364달러, 9월11일 354달러를 기록해 지난달에 이어 꾸준히 300달러대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한 선사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에 비해 운임 변동이 적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취항선사들은 운임이 오르지 못한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9월은 우리나라 추석과 10월 초 중국 국경절을 앞둔 전통적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선사들은 연휴 전 물량 밀어내기로 9월 초 에서 중순까지 호황을 누리곤 했지만, 중국 경기가 불황으로 빠지기 시작한 2~3년 전부터 성수기 특수를 맛보지 못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들은 운임 인상이 어려운 원인으로 선박 대형화로 인한 선복과잉을 꼽았다. 올 상반기(1~6월) 호주항로의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한 4만1674TEU를 기록했다. 하지만 운임은 지난해보다 평균 300달러 가까이 떨어지고, 소석률 또한 약 10%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취항선사들은 운임이 오르기 위해서는 중국발 물량이 받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복과잉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시황이 악화되는 것도 호주항로 불황의 원인 중 하나다. 한 선사 관계자는 “전 세계 모든 선사들의 물량 중 70%를 차지하는 중국에 화물이 없으면 배를 출항할 이유가 없다”며 “호주 취항선사들은 하루빨리 중국 경제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불황이 길어지고 있지만 시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있다. 아시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물동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6월17일 중국이 호주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시일이 지남에 따라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찾으면 호주항로도 다시 호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올 하반기는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았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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