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해기사 양성 지정 교육기관, 해기사 면허 시험기관 및 면허 발급기관 등 33개 해기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5년마다 실시하는 해기품질 외부평가 수행 중 평가대상기관의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필자 소감을 첨삭한 글이다.
해기품질 외부평가는 5년 주기로 실시해 이를 토대로 해기품질 외부평가보고서를 작성한 다음, IMO(국제해사기구)에 보고하고 있다. IMO에서는 이를 검토해 협약 당사국의 해기품질 수준이 적합하면 화이트리스트(White List)로 등재하고, 부적합하면 블랙리스트(Black List)로 등재해 외국항에 기항하는 협약 당사국의 해기사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해기 지정 교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해기품질 외부평가를 실시해 지금까지 4차례의 외부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IMO에 보고하고 있다.
"반드시 밀물은 다시 오리라. 그 날 나는 바다로 다시 나가리라."
이 문구는 부호의 자리에 오른 앤드류 카네기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한 폭의 그림의 제목이었다. 이 그림은 당시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는 볼품없는 그림 한 폭으로 솜씨가 뛰어난 유명한 화가의 작품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림에는 그저 허름한 나룻배에 노 하나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카네기는 이 그림을 보물처럼 아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카네기가 춥고 배고팠던 청년 시절에 이 그림을 만났고, 그림 속 나룻배 주변에 화가가 이런 문구를 적어놨기 때문이었다. 이 글에서 희망을 품은 카네기는 춥고 배고픈 날의 시련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계적인 부호가 됐다.
지금 우리에게 이보다 더 필요한 어구는 없을 것이다. 선장의 길이 아무리 힘들고 외로운 길일지라도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이다. 이들이야 말로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담당하는 한국경제의 버팀목으로 말없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주역들이다. 이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더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경쟁적인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에 선장의 역할은 참으로 힘들고 외로워
강인한 선장을 연상하면 독일의 철학자인 쿠노피셔의 명언 ‘뜨거운 가마 속에서 구워낸 도자기는 결코 빛이 바래는 일이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난의 아픔에 단련된 사람의 인격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안락은 악마를 만들고, 고난은 사람을 만드는 법이다’라는 글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바다에서 오랜 승선생활을 했던 필자는 이 명언을 종종 이렇게 옮겨 읽곤 한다. ‘폭풍의 바다에 단련된 사람의 인격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해상 생활뿐 아니라 육상에서 고민에 빠질 때나 고난의 아픔이 내습할 때 자주 생각나게 하는 어구다.
최근까지 선장으로 승선중인 지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요즘처럼 경쟁적인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에 선장의 자리는 참으로 외롭고 힘들다고 실토한다. 아마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인해 더욱 이러한 고초를 실토하고 있는지 모른다.
<세월>호 사고의 흔적은 현직에서 근무하는 선장과 선원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맴돌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은 승객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사고 직후 도주했다’는 여론의 질타는 바다를 천직으로 택한 마도로스들에게 계속되는 메아리로 돌아오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선장의 역할 중 중요한 하나는 출항 전 선박의 감항성(Seawor thiness) 유지 의무다. 이는 선박안전법의 기본 목적으로 선박이 해상 고유의 위험을 극복하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상법」 제794조(감항능력 주의 의무)에는 운송인의 책임으로서 여객 또는 화물의 운송과 관련한 선박의 감항능력은 발항 당시 ⑴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는 선박 자체의 능력, ⑵필요한 선원의 승선, 선박의장과 필요품의 보급, ⑶여객 또는 화물 운송에 적합한 시설의 확보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운송인인 선주의 책임은 곧바로 선장의 의무와 연결된다. 이는 마로도스 헌장으로 일컫는 굿씨맨쉽(Goodseamanship)의 정신으로써 선장에게는 해상의 위험에 맞설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높은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승객과 선박, 화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깊은 배려심과 위기 때 정확한 판단력과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탁월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선장이 비정규직이라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까?
최근 젊은 세대인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컴퓨터 게임 중 하나가 ‘내 꿈은 정규직’이란 게임이라고 한다. 1997년 악몽 같은 IMF 구제 금융 시대 이후에 갑자기 나타난 인턴제도, 비정규직, 계약직 근무 등의 수식어가 젊은이들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 100명 중 66명이 생계형 자영업에 종사하고, 회사원 44명 중 정규직은 30명, 비정규직이 14명을 차지하고 있다. 500대 상장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인구 100명당 고작 3명뿐이고, 주요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인구수로 환산하면 약 1%에 불과하다.
IMF 체제 이후 해운회사에서도 SM(선박관리제도)를 우후죽순처럼 도입해 해상직원 모두를 영구고용제가 아닌 단기고용직인 비정규직화하고 있다. 심지어 운송인(선주)의 책임을 대행하는 선장까지 말이다.
최근에 해상안전을 위해 제작된 동영상에 두 명의 선장을 대조해 연출한 장면을 봤다. 한명은 100년 전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과 또 다른 한명은 작년에 사고가 발생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다. 승객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선장과 선박이 침몰할 때 까지 선교를 지킨 선장의 마도로스 정신을 묘사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차이는 현장 종사원의 잘못만 탓할 뿐, 그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기업 경영의 편리함을 치중하는 경영자의 행태나 공법의 성격이 짙은 선박안전관련 법령에 대한 집행과 준수는 왜 고려하지 않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정작 바꾸어야 할 해사안전과 근로제도는 도외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해상 종사원의 벌칙 조항을 상향 조정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왜냐하면 선원직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균형감각을 상실한 벌칙제도가 또 다른 차별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해사안전제도는 행복한 근로를 전제로 효율적 이행을 보장토록 해야
대형 해양사고가 나면 약속이나 한 듯 해사안전제도가 강화되곤 한다. 과연 제도가 잘못돼 발생한 사고인지 의문의 여지가 많다. 우리는 너무 좋은 제도를 효율적으로 이행하지 못해 주저앉는 경우를 목격한다. 지나친 통제와 규제는 오히려 안전에 유익하지 못하다.
요즘 선장들은 너무 많은 문서 업무와 수많은 검사에 시달리고 있다. 거의 매 항차 행해지는 선급검사, 항만국 통제(PSC), 기국 검사(FSC)에서부터 민간단체인 메이저 인스펙션(Major Inspection), 피앤아이 인스펙션(P&I Inspection), 용선자 검사 등으로 인해 본연의 안전보다는 형식에 얽매여 선장은 물론 선원들까지 안전 불감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각종 검사의 통폐합도 필요하다.
과도한 규제와 수많은 검사제도보다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핵심 문제는 바로 안전제도를 강화하기 보다는 승선생활의 행복한 근로를 전제로 승선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선원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효율적인 이행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해사안전제도의 보안책을 모색해야 한다.
선장의 사명감을 가진 이들이 사회적 공감의 힘을 갖도록 산·학·관·정 모두 힘써야
해기품질 외부평가 수행 도중에 ‘선장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줄곧 강조하는 평가대상기관의 대표를 만났다. 그는 선장의 사명감을 가진 이들이 사회적 공감의 힘을 갖도록 ‘대한민국 선장 협회’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선장 협회의 가입조건 5가지는 필자의 가슴을 자극했다.
① 현재 선장이어야 한다. ② 꾸준히 공부하며 지속적인 꿈을 꾸고 살아야 한다. ③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남에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④ 동료, 가족 등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 ⑤ 자신의 지식을 후진들에게 전수할 수 있어야 한다.
혹자는 이러한 가입조건이라면 과연 선장 협회에 가입할 자격자가 몇 명이나 될지 의심할지 모르나, 현직에 근무하는 선장은 모두 필요충분조건에 합당하리라 믿는다. 우리나라에는 선장 협회를 대신할 수 있는 기관으로 도선사 협회나 해기사 협회가 있지만 새로운 대한민국 선장 협회를 만들어 오늘날 떨어진 선장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사회적 공감의 힘을 갖도록 노력하는 길만이 후진들에게도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라는 구호를 힘차게 다시 외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 목적을 지단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 온 것은 아닌지 자문자답해 본다. 앞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교육의 목표는 참된 노동의 가치를 깨우쳐 주는 교육으로 탈바꿈하여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명심할 점은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오늘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문제도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변화를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해사안전제도를 담당하는 산·학·관·정 모두가 힘써야 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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