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조선사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올해 고부가가치 선종인 대형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해양플랜트 비중을 크게 늘렸던 조선사들이 해당 부문에서 잇달아 손실과 국제 유가하락으로 인해 ‘돈 되는’ 상선 수주에 집중하겠다는 분위기다. 컨테이너선의 선가상승은 전선형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4800TEU급 컨테이너선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5350만달러를, 1만3천TEU급은 3% 증가한 1억1600만달러를, 8800TEU급은 5% 증가한 8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컨선·LNG선 발주 증가 전망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건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절감을 꾀하기 위한 대형 얼라이언스들을 통해 고부가가치에 속하는 컨테이너선 수주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은 중국 선사인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과 1만9천TEU급 컨테이너선의 명명식을 가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80여척의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을 인도하며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해운업계는 연료비와 운항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만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검토하고 있어 현대중공업은 수주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의 실적부진은 올해도 피할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 전재천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실적부진과 수주부진이 지속되며, 올해 역시 조선부문과 플랜트 부문 모두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전 연구원은 LNG선과 컨테이너선의 발주는 증가할 수 있겠지만 매출 만큼의 수주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 유재훈 연구원 역시 “올해도 의미있는 이익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 저수익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1분기 상선부문에서 대형컨테이너, LNG선 발주가 예상되나 경쟁심화로 수주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해양플랜트 수요 둔화와 발전플랜트 부문에서는 대규모 적자 시현 이후 보수적인 영업활동으로 수주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중공업도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수주를 통해 일감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연초부터 SK해운으로부터 LNG선을 2척 수주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2만TEU급 컨테이선 수주계약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MOL이 발주 예정인 2만5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의 수주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수주협상이 무리없이 진행된다면 3월 중으로 건조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선 건조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지난 연말에도 스코피오그룹으로부터 1만92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수주하며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실적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주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부유식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프로젝트 등 아직까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상태다. 또한 고수익 선종인 드릴십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익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형조선사 중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도 LNG선 뿐만 아니라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LNG해운과 대한해운으로부터 총 4척의 LNG선을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유재훈 연구원은 “여전히 저수익 해양플랜트 매출 반영이 지속되고 있어 의미 있는 실적개선은 LNG선 매출비중이 증가하는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해양플랜트 시황 ‘흐림’, 탱커 ‘맑음’
장기간 수혜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해양플랜트는 미국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수주량이 급감해 조선사들의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올해도 해양플랜트 수주실적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조선사들은 공정지연과 유가하락으로 인한 오일메이저들의 발주 둔화로 해양플랜트 수주량이 올해도 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오일메이저의 해양프로젝트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며 “오일메이저 입장에서는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면서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심해시추를 할 필요성이 없어져 발주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해서 대형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수주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상선과 해양플랜트를 균형있게 유지해 수주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댜.
글로벌 탱커선사들의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에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유가가 하락할수록 글로벌 탱커선사들의 주가 상승폭은 커져가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원유 물동량은 늘고 있으며 탱커 선사들의 신조선 발주여력은 증가하고 있다. 중형 탱커분야 세계 1위 선사인 티케이 탱커스의 경우 국내 조선소로 탱커 발주를 늘려가고 있다.
최근 탱커 선사들은 기술력과 연비 경쟁력이 검증된 국내 조선소를 찾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 7월 에코십이 적용된 VLCC(대형원유탱커) 인도 이후 한국으로 탱커 발주가 늘고 있다. 국내 조선업이 갖고 있는 수주잔고 중 가장 많은 비중은 바로 탱커다. 탱커시황의 회복은 2~3개월 후 국내 조선소의 탱커 수주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선가 역시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과 후판가격 하락도 국내 조선소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어 탱커 발주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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