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유럽 M&A(인수합병)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내며 글로벌 기업의 격전지로 재부상했다. 특히 의료·제약, 통신 부문에서 10억 유로를 상회하는 ‘메가딜’이 속속 등장하면서 거래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13일 코트라가 발행한 글로벌 마켓 리포터 ‘경쟁국 對 유럽 M&A 현황 및 시사점’ 따르면 유럽 M&A 증가 요인은 ▲재정위기 장기화로 매물 증가 ▲저평가된 유망기업 인수 확대 ▲금융·세제 측면 유인 등이 꼽힌다. M&A 최다 대상국은 영국과 아일랜드로, 2014년 상반기 영국 및 아일랜드 기업 대상 M&A가 유럽 전체 거래 규모의 26.9%, 거래 건수의 22.1%로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거래 규모 기준으로 프랑스(25%), 독일(12.9%) 등 주요국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 M&A 유망분야를 살펴보면, 영국은 향후 대규모 교통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관련기업 인수 시 프로젝트 참여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독일의 경우 자동차부품 기업 M&A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의 납품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IT 서비스와 더불어 와이너리(Winery)가 주요 M&A 분야로 부상해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첨단 기술기업 혹은 이탈리아 제약업체를 인수함으로써 까다로운 지재권 및 인증 제도를 우회 돌파하는 방안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국가별 M&A 거래현황을 보면, 중국과 일본기업의 참여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중국의 유럽기업 M&A는 78건, 106억 달러로, 지난 2007년 대비 1.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8년에는 對유럽 M&A 규모가 254억 달러로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2010년을 제외하면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중국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에너지, 물류 등 기간산업 위주로 유럽기업 인수에 나섰다.
일본은 M&A를 고령화와 내수 부진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일본의 유럽기업 M&A 규모는 2009년 9049억 엔에서 2013년 11월 누계 1조6209억 엔으로 확대됐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對유럽 M&A 활성화의 영향으로 판단된다. 최근에는 글로벌화가 아닌 시장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성장전략 차원에서 추진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경쟁국들이 유럽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거래 규모 뿐 아니라 분야의 다양성에서도 절대적 열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지난 2013년 동국실업이 독일의 ICT GmbH를 인수하는데 성공한 사례를 비롯해 몇몇 기업이 유럽 기업을 인수하는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코트라 측은 동국실업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코트라 글로벌 M&A 지원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우리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과 코파펀드를 조성해 M&A 자금을 확보하는 중견기업이 속속 나타나는 추세다.
코트라 관계자는 “향후 유럽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알짜기업을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질 전망이다”며 “기술려과 브랜드, 현지 유통망을 일거에 획득 가능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면서, 주변 경쟁국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이제는 유럽 M&A 시장에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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