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하반기 실시하는 셰일가스 장기수송 입찰이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스공사는 오는 7월 미국과 호주에서 수입해오는 셰일가스 수송에 필요한 계약을 국내 해운사를 대상으로 체결할 예정이다.
도입선박은 액화석유가스(LNG)선 6척 또는 7척이며 척당 선가가 2억달러(약 2060억원)에 이른다. 최대 14억 달러(약 1조4420억원) 규모의 대형 수송계약이다.
셰일가스 수송 계약은 기간이 길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최근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해운사로선 가물에 단비와도 같은 거래다. 업계에서는 과거 한국가스공사의 전용선 계약을 수행하던 대형 정기선사의 영업 및 재무구조 악화로 부정기 선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대한해운, KSS해운, 현대글로비스 등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 양대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일환으로 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두 선사는 나란히 가스공사와 체결한 전용선 계약을 모두 매각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두 선사의 영업양도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에 두 선사의 입찰 제한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업계에선 입찰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3위 선사인 팬오션은 법정관리 중이어서 입찰참여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4위 선사인 SK해운 역시 몇 년째 이어진 영업적자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900%까지 치솟았다. SK해운은 지난해 일본 마루베니와 신설한 합작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셰일가스 장기운송계약을 따낸 것을 기반으로 이번 가스공사 입찰에서도 전의를 높이고 있다.
대한해운은 오랫동안 전용선 영업을 해왔던 터라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지난해 10월 새 주인을 찾은 뒤 11월에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고비용의 용선선박을 모두 해소하고, 공익채권, 회생채권, DIP파이낸싱(법정관리기업이 법원 허가를 받아 금융기관에서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제도) 차입금 대부분을 변제한 것도 긍정적이다. 2011년 3675%에 이르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국내 상장선사 중 최저수준인 202%까지 떨어졌다. 2013년 기준 매출액 5,355억원 중 전용선 매출이 5,197억원으로 97%를 차지할 정도로 전용선 영업 비중이 높다. 특히 가스공사와는 총 8척의 LNG 수송 계약을 체결 중이다. 4척은 사선이고, 4척은 지분참여선이다.
KSS해운은 가스선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선사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LPG 수송선 운영매출이 전체 매출 중 70~80% 정도 차지한다. 장기간 매출이 1천억 수준에서 유지되다가 2011년 이후 LPG 선박을 신규 발주하면서 성장가능성을 보였다. 2013년 1척의 LPG선을 인도받은 KSS해운은 올해 발주선박 3척 중 나머지 2척을 인도받으며, 매출액 증가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KSS해운은 지난 1월6일 1척의 LPG 선박을 인도받아 지난 2012년 8월에 E1과 맺은 10년짜리 장기수송계약에 투입했다.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현대글로비스 역시 후보군이다. 특히 하반기부터 LNG 수송사업에 뛰어들 예정이어서 입찰 참여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LNG수송실적이 전무하다는 점은 약점이다. 가스공사가 입찰 자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참가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기존 입찰공고 기준대로라면 글로비스는 참가 자격이 안된다”며 “하지만 안정적인 가스수송을 원하는 만큼 글로비스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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