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의 선주상호보험(P&I) 진출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2월 P&I보험과 선체보험 상품을 출시해 해운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들어갔다. 일부 선주사의 경우 동부화재로 계약을 옮긴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손보사들의 P&I 시장 진출이 국내 해운업계엔 득보다는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이경재 회장(창명해운 회장)은 기자와 만나 “지난 2월 동부화재에서 외국 보험사와 제휴해서 고정보험료 상품을 재보험으로 하는 한정된 보험료 덤핑을 미끼로 어선을 대상으로 P&I 시장에 진출했다”며 “영리를 추구하는 손해보험사가 내부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P&I의 단순 중개역할을 하면서 보험을 인수한다면 사고처리와 해외 국가로부터의 공인 등 제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가입선사가 피해자가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P&I는 비영리 목적으로 선주사의 위험을 공동담보하는 공익 기능을 하는 곳”이라며 “단순 해외재보험자의 대리점 역할을 하는 국내 손보사가 그 역할을 하는 데는 많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P&I사고 발생시 및 입출항 시 해외에서 국내 손해보험사의 보증장이나 블루카드(재정보증장)를 수용해 주지 않게 되면 정상적인 선박의 운항에 당장 문제가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P&I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보험이 아닌 선주의 제3자에 대한 법적인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특수한 영역이었기에 160년간 손보사들의 진입 없이 선주간 상호보험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유지돼 왔다고 강조했다. 영리 추구가 목적인 손보사가 무분별하게 P&I 시장에 진출할 경우 부실한 부보관리와 사고 처리로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KP&I의 주인이지 손보사의 피보험자인 국내 선주사들은 동부화재가 P&I 시장 진출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선주협회 차원에서 동부화재의 선체보험 가입을 철수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동부화재는 해운업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커지자 P&I 철수 방침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KP&I는 지난 2월20일 계약갱신에서 205개사 960척 2109만t(총톤수)의 가입실적을 올렸다. 지난해에 비해 회원사는 1개사가 늘어났으며 선박은 16척 290만t 성장했다. 보험료는 지난해 3112만달러에서 올해 3181만달러, 비상위험준비금은 2974만달러에서 3687만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해외선사의 경우 총 6개국에서 32척 34만t이 가입했다. 보험료는 전체의 5.2%인 170만달러다.
KP&I 박범식 전무는 “해외 선사들로부터 문의는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우량 선단만을 대상으로 가입을 받고자 한다”며 “해외 선사들에 대한 영업은 이어가면서도 개방은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오일 메이저와 접촉해 KP&I 인정을 추진하는 한편 IG와의 공동재보험 방식으로 대형선박 유치 확대에도 노력할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KP&I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해난사고에 대응해 가입선박의 안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만성적인 적자경영으로 선사들이 선박 안전에 소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전무는 해운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점을 반영해 본선과 선원의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선원 노령화에 따른 대형 질병을 방지하기 위해 정밀검사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사고 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여객선을 대상으로도 안전점검과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KP&I엔 한중 한일 카페리선박 13척이 가입해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