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팬오션(옛 STX팬오션)이 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찾는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팬오션 김유식 관리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사 매각추진 허가신청서'를 지난 24일 제출했다.
팬오션측은 법원의 회생절차 조기종결제도(패스트트랙)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부터 구체적인 매각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대로라면 다음달 매각 주관사 선정, 3월 매각공고 등의 순으로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회생절차를 개시한 팬오션은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말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은 바 있다. 채권 변제에 대한 계획이 수립된 만큼 인가 후 1년 이내에 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수후보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SK, KCC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선사 또는 물류회사를 거느린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등이 강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법정관리 전에도 인수후보로 거론돼 왔으나 팬오션의 막대한 부채 규모로 인해 인수의향서 제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매각절차를 거쳐 산업은행 인수 등의 은행관리 체제로 갈 것이란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회생절차 조기종결을 위해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해운불황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시 경영권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팬오션 부채를 털어내기 위해 인수를 막판에 포기하고 법정관리행을 유도한 점에 미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법원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법정관리 기업이 속출하자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해 건실한 기업이라고 판단될 경우 회사 매각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회생절차를 조기졸업시키고 있다. 해운업계에선 삼선로직스가 이 제도를 통해 2년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바 있다.
팬오션도 삼선로직스와 같은 방식으로 조기졸업하게 될 경우 산업은행을 최대주주로 한 은행관리 체제로 진입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현재 팬오션 지분 14.09%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하지만 향후 조사확정재판과 회생채권 출자전환 등을 거쳐 최대주주가 해외선사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팬오션 관계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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