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신생아 숫자가 작년보다 3만1700여명 줄어 45만2800명이 되리라고 한다. 합계출산율도 작년 1.3명에서 1.1명대로 떨어지게 된다. 출산율 1.1명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내전에 시달렸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같다고 한다.
정부는 최근3년 출산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올해 초 “초저출산국(출산율1.3명 이하)을 탈출했다”는 발표까지 내놓았다. 베이비붐 세대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이 31~34세가 돼 혼인·출산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비롯된 반짝 증가를 잘못 판단한 결과다. 우리나라 출산 정책은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6·25전쟁의 포성이 멎은 후 일어난 베이비붐으로 1960년 남한 인구는 10년 전보다 500만 명이 늘어난 2500만 명을 헤아렸다. 인구수가 남북한 대결의 승패를 가른다는 논리 아래 어머니날 행사에서 다산모(多産母)를 표창할 정도로 출산을 장려한 정부 정책과 “제가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는 전통적 관념이 빚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였다.
하지만 인구 증가율이 연 3%에 가깝던 1961년 5·16 군사정부는 인구 통제를 통한 경제성장 전략을 채택하였다. ‘세 자녀, 삼년 터울, 35세 단산(斷産)’을 슬로건으로 내건 대한가족계획협회의 ‘3·3·3운동’의 결과로 1970년에는 여성 1명당 자녀수가 10년 전의 6명에서 4.5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체 인구가 3100만 명을 넘어선 당시1.8%의 인구 증가율은 여전히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여겨졌다.
추억 속 ‘둘만 낳자’ 캠페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60년대 후반 벌인 출산 조절 캠페인 사진 속”둘만 낳아 잘 길러서 1000불 소득 이룩하자”는 표어가 격세지감을 불러일으킨다. 1965년 299달러였던 국민소득은 1969년에도 815달러에 그쳤다.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협박성 출산 억제 표어는 1970년대 들어 “하루 앞선 가족계획, 십년 앞선 생활안정”으로 순화되었다. 또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는 인구 4000만 명을 돌파한 1980년대에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로 바뀌었다. 그러나 셋에서 둘로, 다시 하나로 국가가 자녀수까지 통제하던 그 시절 출산조절(birth control)은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국민의 의무였다.
한 사회가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1명 이상 돼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절반밖에 안 되는 비상 사태를 맞은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대한민국 인구는 현재 5020만 명에서 2050년 4200만 명, 2100년엔 1900만 명으로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과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가 위축되고, 경제 침체는 세수 감소를 불러와 복지 정책의 폐기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젊은 부부가 아이를 갖는 걸 기피하는 현상을 해소하려면 육아와 출산 부담을 파격적으로 줄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2011년 퇴직 여성 19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출산·육아 때문에 사표를 썼다는 사람이 절반인 92만5000명에 달했다. 직장여성들은 법으로 보장돼 있는 출산휴가 90일과 육아휴직 1년을 실제론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 권리임에도 막상 이를 행사하려면 회사의 핵심 보직에서 밀려나는 인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육아휴직을 했다가 다시 취업할 경우 보수·승진에서 손해 보는 게 현실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출산휴가·육아휴직을 강제하고 출산·육아로 여성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정부가 기업들에 대해 상시 감시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스웨덴에선 육아휴직을 부부가 합쳐 480일 쓸 수 있고 프랑스는 임신에서 육아에 이르기까지 30가지 수당을 지원하는 데 GDP의 5%를 쓴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많은 복지 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내다 재원 장벽에 부딪혀 첫걸음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모든 복지의 출발이 출산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국민 합의하에 복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인구시계가 5000만 명을 가리킨 2012년 6월 23일, 우리는 세계 7번째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의 반열인 ‘20-50 클럽’에 가입했다는 낭보가 날아왔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인구는 2050년 4200만 명대로 줄어든다는 경보도 함께 울린다.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출산 장려 표어와 ‘결혼 후 1년 내에 임신해 자녀 2명을 30세 이전에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자’는 ‘1·2·3 출산 운동’은 인구 증가율이 1% 미만, 가임(可妊)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저출산 문제의 실상을 드러낸다.
우리가 일군 기적 같은 사회경제적 성공의 이면에는 개인 특히 여성의 희생이 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정부와 사회가 그들과 함께 나누는 복지 정책 마련이 시급한 오늘이다.
프랑스에는 3대 미스터리가 있다고 한다. ‘술을 많이 마시는데 심장병 환자가 적은 것’ ‘단것을 많이 먹는데 여성들이 날씬한 것’ 그리고 ‘출산율이 높은 것’이라고 한다. 정답을 찾기 힘들어 미스터리라고 한다. 하지만 출산 문제에서 “애 많이 낳는 분위기”라는 데는 모두 한목소리였다.
애 많이 낳는 분위기. 이 말이 출산율을 높인 정답에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조절이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국민의 의무였던 우리나라 어머니 세대(60~75세 여성)는 자기 딸. 아들에게는 물론 공공장소에서도 “애 많이 낳으면 어떻게 키우려고 해”라는 말을 대놓고 한다. 이런 말을 듣고 둘, 셋을 낳겠다고 나설 ‘바보 엄마’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정부가 최근 통 크게 추진한 것은 무상 보육이다. 무상 보육은 사실 직장인들에게 별반 감흥이 없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주던 보육료를 나라에서 대신 내주기로 했을 뿐 혜택이 늘어난 게 없다. 오히려 보육 시설, 유치원에선 특기 적성 교육이니 뭐니 해서 돈을 더 내게 만든다.
‘직장 맘’들이 눈치 안 보고 아이 낳고 키우는 사회가 되려면 기업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수당으로 기본급의 40%(월 최대 100만원)를 준다. 아이 키우려면 돈이 더 드는데 수입은 오히려 줄어드니 애 낳기가 힘들다. 프랑스·스웨덴 같은 국가는 회사마다 별도 지원을 해서 원래 임금의 80~100%를 주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으로 지출이 줄어든 보육비 액수만큼이라도 육아휴직수당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정부도 근로 감독을 임금 체불 해결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퇴직을 강요하는 회사들에 초점을 맞춰 “아이 많이 낳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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