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시황이 2015년부터 서서히 L자형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2분기 침체속에서도 유례없이 호실적을 거둔 세계 최대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의 전략을 잘 분석하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3일 한국선주협회는 해운시장을 점검하고 향후 전망을 살피는 자리를 마련했다. 협회는 그동안 해운업계에서만 바라보는 전망에서 시각을 달리해 금융업계에서 바라보는 해운현황진단과 선종별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KDB산업은행의 김대진 박사는 ‘2013년 해운시황 분석 및 향후 전망’ 발표에서 “침체된 해운시장에서 벗어날 좋은 방안들은 각 선사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 방안보다 금융권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지표로 전망을 분석했다”며 운을 뗐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IMF는 2013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3.1%로 지난해 성장률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EU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저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 교역성장률도 소폭 증가한 3.1%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운임하락, 높은 벙커C유 가격으로 선사 수익성↓
해운시황도 좀처럼 회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상운임은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CCFI와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 모두 하락세가 지속됐다. CCFI는 지난해 7월 1305포인트에서 2013년 7월 1061포인트로 18.7% 하락했다. BDI는 2008년 5월 최고치인 11793포인트를 찍고 2013년 7월 1123포인트로 90% 하락했다.
반면 선박 연료유인 벙커C유 가격은 상승했다. 2002년 벙커C유 가격은 t당 148.94달러에서 2012년 664.06달러로 지난 10년간 15.8%씩 증가했다. 주요 선사들은 운임하락 및 연료유 가격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과거에는 연료유 상승시 운임도 상승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연료유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운임은 하락하는 탈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조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전 세계 신조선 수주량은 증가했지만 건조량은 감소했다. 상반기 전 세계 신조선 수주량은 셰일가스 오일 등 비전통 자원의 운송수요가 증가에 에코십 투자수요가 늘면서 전년 동기대비 39.5% 증가했다. 전 세계 건조량은 해운시황 침체와 선박금융경색으로 전년 동기대비 33.6% 감소했다.
국내 조선소들의 상반기 수주량도 크게 증가했지만 건조량은 감소했다. 상반기 국내 신조선 수주량은 전년 동기대비 61.5% 증가했으며, 국내 건조량은 전년 동기대비 23% 감소했다. 2013년 발주 잔량은 15%로 추정되고 있다.
신조 발주 2015년까지 증가
김 박사는 “선복량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보다 높은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세계 해상물동량은 96억8700만t, 선복량은 16억2570DWT(재화중량톤)로 공급과잉이 될 전망이다. 2009년 수급불균형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 이후 공급과잉은 지속됐으나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컨테이너 물동량 비중은 감소했다. 중국의 컨테이너 물량 처리 비중이 30%가 넘으면서 물동량의 중국 의존도가 확대됐다.
선복량 공급과잉 속에서도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선박 발주는 지속되고 있다. 선주들은 공급과잉에서 선박 발주를 축소할 것인지, 신조선 건조의 최적기로 발주를 서두를 것인지 딜레마에 빠졌다.
김 박사는 “선사들은 규모의 경제에서 뒤처져 향후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초대형 선박 발주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비는 향후 선사들의 경쟁력을 좌우할 키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국수국조정책(자국의 화물을 자국선박으로 수송하고 자국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을 추진하는데도 불구하고 차이나쉬핑(CSCL)은 1만8400TEU의 컨테이너선 5척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다.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이유는 선가가 낮은 데다 에코십 건조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효율 높은 선박을 지을 조선소를 고려한 결과였다.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중국조선기술로 짓기에는 기술력이 부족해 국내 조선소에 대한 친환경 선박의 신조발주는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벌크선 용선료 회복은 지연
벌크선은 해상물동량과 선복량 증가율이 동반하락하며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 악화와 불황 장기화 우려로 선가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용선료는 2009년 이후 하락세가 지속됐다. 2013년에도 벌크선 용선료 회복은 지연될 전망이다. 김 박사는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가 전제돼야하나 경제회복 속도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선형별로는 대형선인 케이프선의 하락폭이 가장 큰 편이며, 회복세도 소형선박인 핸디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벌크선 선대 증가율은 지난해까지 두 자릿수를 기록했으나 올해 한 자릿수로 하락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낮은 선가로 인한 벌크선 발주가 증가하고 있어 2015년 이후 다시 공급과잉 상황이 우려된다.
금융권은 해운시황의 회복을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실제 선사들은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클락슨 등 주요기관의 해운시황 전망은 대체로 2014년 이후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박사는 2013년 해운시황은 선복량이 6%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물동량은 4.2% 증가해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15년 이후에는 해운시황이 일부 회복될 전망이나 L자형의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황 회복시 선종별 상위선사들을 중심으로 수익이 집중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트레이드증권 김민지 애널리스트도 해운시황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2015년 이후에야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중국발운임지수(CCFI)에서 유럽노선의 해상운임은 1183포인트다. 유럽노선은 스팟성 수출물량의 비중이 높은데다 해운동맹이 폐지되면서 운임 변동 폭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주는 장기 계약 수출물량이 많아 운임변동이 크지 않다.
김 애널리스트는 “해상운임이 큰 변동 폭을 보이고 있는 반면, 벙커C유 가격은 현재 높은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며 “해상운임은 최근 계선율이 2.6% 까지 빠져 운임이 다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머스크 ‘승승장구’ 선박 효율화로 비용 절감
해상운임이 하락하고 벙커C유 가격이 높은 선에서 유지되면서 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머스크는 2분기에 유례없이 좋은 성적표를 거뒀다.
2분기 머스크 그룹의 컨테이너선 사업부문(머스크라인·사프마린·MCC트랜스포트·시고라인)의 2분기 영업이익은 4억67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 2억6500만달러에서 76% 급증했다. 순익도 4억3900만달러로 전년동기 2억2700만달러에서 93% 증가했다. 반면, 매출액은 66억51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 73억2200만달러에 비해 9.2% 감소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4분기부터 매출은 감소하는데 영업이익은 늘어나는 등 선사들과 상이한 방향을 보였다. 운임하락폭에 비해 영업이익률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다 올 2분기 실적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불황기에 고효율 선박을 투입하는 등의 역발상 전략으로 비용을 줄인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침체상황에서도 이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머스크의 전략을 잘 분석해야한다”며 “초대형선박 발주로 인한 유류비 절감과 운영효율성 이면의 머스크의 수직계열화에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2011년초 정기선 시장이 초과공급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 트리플 E 10척을 발주했다. 그 해 11월에는 아시아-유럽구간에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보통 주 2회~3회 운항하는 노선이 주를 이루던 시장에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초과공급이 시달리던 선사들은 머스크를 두고 ‘불난데 기름 붓는 격’이라며 해상운임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했었다. 당시 유럽노선 해상운임은 -30%를 치닫고 있었다.
트리플 E와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는 한 몸
선사들은 머스크의 초대형선박 발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머스크의 1만8천TEU급 선박은 올해 4대가 인도되고 내년에 6대가 인도된다. 초대형선박과 데일리 머스크가 합쳐지면 유럽노선에서 물량을 한 곳으로 모은 뒤 지역별로 물건들을 분배, 운송하는 ‘허브앤스포크(Hub&Spoke)’가 구축 된다. 현재 선사들은 유럽노선에서 적어도 12곳, 많게는 15곳까지 기항하고 있다. 하지만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는 기항지를 7개로 줄였다. ‘허브 앤 스포크’로 한 번 기항할 때 물량을 많이 싣고 내리기 위해서는 초대형선박도 필요하다.
김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허브 앤 스포크’의 개념보다 초대형 선박 공급으로 선복량 공급 초과 얘기만 하고 있다”며 “물론 초대형선 발주로 소석률도 높아지고 연비 효율성까지 높아지면서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머스크의 변화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머스크는 올 3월에는 파나마운하 대신 수에즈 운하만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머스크는 파나마 운하에 4500TEU급 선박 2척을 보내는 대신 한번에 9000TEU를 실을 수 있는 선박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겠다는 것이다. 파나마 운하를 통행료가 지난 5년 3배로 늘어나면서 머스크는 더 큰 규모의 선박을 이용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게 경제적이라고 판단했다. 미주는 펜듈럼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MSC, CMA CGM과 함께 P3 네트워크를 시작한다고 발표해 해운업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3개 선사의 공동운항 전략은 빅 3선사 위주로 시장의 판도를 재편하게 될 공산이 커 선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김 애널리스트는 “P3 네트워크는 공급과잉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유럽노선의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를 하려면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하기 때문에 큰 선사들과 손을 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의 향후 행보는?
머스크가 유럽노선에서 ‘허브 앤 스포크’를 구축하면 초대형 선박은 주요 허브항에만 기항하고 다른 항에는 피더선사가 연계가 돼야한다. 머스크는 자회사로 피더선사 3곳을 갖고 있다. MCC트랜스포트, 사프마린, 시고라인 각 회사의 선박 척수도 60척 이상이 준비된 상태다.
또한 터미널 부문 자회사인 APM터미널이 전 세계 68곳에 전용터미널을 확보하고 있어 물동량 처리의 높은 효율성을 도모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미국 서부에 육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물류 자회사 담코도 갖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머스크는 규모의 대형화와 네트워크 구축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머스크는 향후 정기선뿐 아니라 터미널, 물류운송, 피더선사로 수직계열화를 통해 통합 SCM서비스를 제공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애널리스트는 “머스크의 행보에 우리나라선사들은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초대형선을 발주할 것이지 말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머스크의 수직계열화 개념을 숙지하고 국내 선사들이 어떤 전략을 세울 것인지 준비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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