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0 18:19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rg)(1964년 작)

서대남 영화 칼럼니스트

비를 피하는 우산이란, 함께 쓰고 가는 누군가를, 완전히 비워낸 다음에야 새로운 그 누구를 다시 맞이할 수 있는 좁고 제한된 공간이다.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따라 우산을 구하고 그 우산은 비가 오는 동안에는 자신과 타인의 공간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하게 되며 한편 자신만의 한정된 공간에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자신과는 아주 각별한 사람들이고 극히 한정된 숫자의 사람만 가능하다.

사랑과 인생도 이같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고 관계를 만들어 살아가지만 그래도 자신의 삶이라는 우산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많지도 흔하지도 않다. 그러나 누구를 완전히 밀어내고 또 다른 누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는데도 우산 밖으로 누구를 내친다면 밀려나는 사람은 깊은 상처를 받게 마련일 것이다.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rg/The Umbrellas of Cherbourg)’의 스토리는 프랑스와 알제리간에 전쟁이 한창이던 1957년 늦가을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쉘부르해안가의 우산가게집 딸 ‘쥬느비에르(까뜨리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와 자동차 정비공장 수리공’기이(니노 까스테르뉘보/Nino Castlelnuovo)’는 사랑하는 사이지만 기이의 징집영장으로, 입대 전 날마지막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2년후 전역을 기약하며 잠시 헤어진다. 그러나 필자 기억에도 너무나 아릿다운 한 쌍, 이 꽃미녀와 꽃미남의 동화처럼 아름다운 사랑은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첫사랑의 전설로만 남기고 서로가 본의 아니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 가정을 이룬 후에 우연히 재회하고 자기 길을 가는 설픈 엔딩으로 끝나는, 비련의 영화로 필자의 시야와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 50년전 1964년 작품이다.

흡사 ‘초원의 빛(Splendour in the Grass)’에서 첫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먼 훗 날,’나탈리 우드’와’워렌 비티’가 해후하는 라스트 신을 방불케 하는, 우산집 아가씨가 사랑하는 사람과 맺은 언약을 지키지 못하고 이른바 우리나라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 통속적인 신파조의 비극을 연상시키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 이루지 못했기에 더 아름다운 슬픈 추억의 로맨스 영화다. 조그만 항구도시 쉘부르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는 기이와 홀어머니가 운영하는 우산가게를 돕고 있는 쥬느비에르,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다. 정비소 일이 끝나면 열일을 제쳐두고 우산가게로 달려가는 기이, 그가 나타날 시간이면 어김없이 가게 쇼윈도 창 밖을 내다보며 기다리는 쥬느비에르.

기이는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친척 아주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쥬느비에르의 어머니 ‘에믈리’는 딸이 아직 어리단 점과 기이의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두사람의 교제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또 기이에겐 그를 흠모하는 ‘마들렌’이란 헌신적인 아가씨가 있지만 그녀에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기이와 쥬느비에르는 여느 젊은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단둘이의 오붓한 시간을 즐기며 죽고 못 사는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한편 에믈리와 쥬느비에르 모녀는 큰 벌이가 되지 않는 우산을 팔아 간신히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감당키 어려운 거액의 세금고지서를 받게 되자 혼비백산하게 된다. 세금 마련을 위해 간직해온 예물을 팔기위해 찾아간 보석상점에서, 젊은 시절 애타게 사랑하던 여자와 헤어지고 그 뒤 유럽각지를 떠돌며 보석상으로 크게 성공한 부호, ‘까사르(마크 미셀/Marc Michel)’를 만나게 되고 첫눈에 쥬느비에르에게 반한 그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해 기꺼이 가져온 보석을 사들인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기이와 쥬느비에르의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입대영장을 받아들게 되자 시험대에 올라 한시도 헤어지고 싶지 않은 그들에게 하늘이 무너지듯 가슴 아픈 작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입대 전날 밤 그간 고이 지켜온 순결의 아성을 허물고 두 사람은 영원히 변치 말자는 사랑의 증표로 긴 밤을 함께 한다.

기이가 병영생활을 하는 중에 쥬느비에르 모녀는 점점 어려워지는 생활고 탓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게 되고 게다가 기다려도 소식이 없는 기이의 편지를 고대하며 그리움을 키워갈수록 그녀의 배도 조금씩 불러오기 시작한다. 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에믈리는 크게 낙담을 하지만 한편으론 극진히 위로한다.

어느 날, 학수고대하던 기이의 편지를 손에 쥐긴 했으나 전투 중 부상을 입고 치료중이며 휴가도 연기됐단다. 그리고 뱃속의 아기 이름은 ‘프랑소와’라고 짓고 싶다는 내용. 한편 까사르는 에믈리의 저녁초대를 받은 자리에서 쥬느비에르에 대한 자기의 심정을 밝히자 에믈리는 딸의 장래와 뱃속의 아기를 생각해 딸이 까사르와 결혼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어 그녀는 딸이 까사르와 결혼을 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기이에게서 오는 편지를 딸이 보지 못하게 숨기자 하염없이 기다려도 오지 않는 기이의 소식과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막막함에 이르게 되고 기이의 아기까지 잘 돌보겠다는 까사르의 온정에 마음이 흔들려 결국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전역을 하고 절뚝거리는 다리로 귀향한 기이는 그간 연락이 닿지 않던 쥬느비에르를 만나기 위해 쉘부르우산 가게를 찾아가지만 이미 주인이 바뀐 상태. 자기를 따르던 마들렌으로부터 쥬느비에르의 결혼과 멀리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자 그녀에 대한 북바치는 배신감으로 혼란스러워 하며 자포자기 상태로 실의의 나날을 보낸다.

친척 아주머니의 죽음과 함께 한동안의 방황을 끝낸 기이는 그녀를 단념키로 결심하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자신의 곁에 마들렌이 머물러 주기를 부탁한다. 쥬느비에르를 향한 기이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첨엔 망설이던 그녀는 더 이상 그의 타락하는 모습을 간과할 수 없어 그의 곁에 남아서 재기를 돕기로 하고 드디어 청혼까지 받아들인다.

결혼과 함께 작은 주유소를 경영하는 기이와 마들렌 사이에는 프랑소와라는 사내아이도 생기고, 행복에 겨운 눈 내리는 세모의 어느 날, 한대의 승용차가 가게로 들어온다. 그렇게 기이와 쥬느비에르는 극적으로 재회하게 되고 서로에 대한 오해도 원망도 않고 서로의 안부만 확인한 채 지난 모든 과거를 덮는다.

자동차 안의 딸 이름도 ‘프랑소와’란 그녀의 말에도 태연한척 외면하며 젊은 날 그렇게 불타오르던 그들의 사랑은 서로가 가진 자신을 지켜내는 용기의 대명사 ‘디오게네스의 우산’, 즉 새로운 삶의 운명적 우산 속으로 멀어져 가고 기이는 외출서 돌아오는 마들렌과 아들을 격하게 포옹하며 떠나고 떠나보낸 지난날의 어긋난 사랑에 대해선, 미련 또한 사랑이려니 조용히 체념한다.

현대 뮤지컬과는 차이가 있지만 1부는 이별, 2부는 고독, 3부는 재회로 구성되어, 배우들의 대사가 음악에 맞춰 노래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특징인데 ‘자크 드미(Jacques Demy)’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출세작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의 음악에는 항상 태양이 빛나는 ‘코발트 블루’의 푸른 하늘색이 있다는 ‘미셀 르그랑(Michel Legrand)’의 음악이 뛰어났고 주제곡 ‘I will wait for you’ 는 ‘이별 또한 사랑’ 이란 이미지 부각을 음각적으로 잘 표현한 곡으로 필자의 뇌리에 회상의 물결을 반추하며 지금 이 나이에도 쉴부르의 우산 속으로 손짓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0/250

확인
맨위로
맨위로

선박운항스케줄

인기 스케줄

  • BUSAN PANAMA CANAL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Msc Ludovica 05/09 05/29 MAERSK LINE
    Tyndall 05/10 05/30 MAERSK LINE
  • BUSAN LOS ANGELES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Ym Welcome 05/07 05/19 HMM
    Cma Cgm Sahara 05/08 05/19 CMA CGM Korea
    President Fd Roosevelt 05/14 05/25 CMA CGM Korea
  • BUSAN BUENAVENTURA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Charlotte Maersk 05/05 05/29 MAERSK LINE
    Posorja Express 05/08 06/02 HMM
    Wan Hai 287 05/09 06/22 Wan hai
  • BUSAN VANCOUVER B.C.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Msc Utmost VIII 05/10 05/27 MSC Korea
    Ym Triumph 05/13 05/24 HMM
    Msc Maureen 05/14 05/26 MSC Korea
  • BUSAN LONG BEACH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Cosco Belgium 05/09 05/20 CMA CGM Korea
    Guthorm Maersk 05/11 05/24 MSC Korea
    Guthorm Maersk 05/11 05/27 MAERSK LINE
출발항
도착항
광고 문의
뉴스제보
포워딩 콘솔서비스(포워딩 전문업체를 알려드립니다.)
자유게시판
추천사이트
인터넷신문

BUSAN OSAKA

선박명 항차번호 출항일 도착항 도착일 Line Agent
x

스케줄 검색은 유료서비스입니다.
유료서비스를 이용하시면 더 많은 스케줄과
다양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