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9 07:50

해운업 불황에 선박펀드 좌초위기

일부 펀드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고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떨어지는 등 해운업 불황 여파가 공모 선박펀드 시장을 덮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퍼시픽5호가 자본잠식과 감사법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이후 상황 변화가 없다면 공모 선박펀드 중 실적 악화로 상장폐지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전망이다.

코리아퍼시픽5호는 현재 구자학 아워홈 회장 장남인 구본성 씨가 최대주주로 12.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달 들어 구 회장 장녀 구미현 씨, 차녀 구명진 씨, 부인 이숙희 씨가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2.7%에서 12.8%로 감소했다. 2007년부터 투자에 나섰던 이들은 주가 하락으로 많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만 해도 5000원대를 바라봤던 코리아퍼시픽5호 주가는 현재 456원으로 10분의 1 토막 났다. 2006년 말 상장 당시만 해도 93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으나 현재 시총은 6억원에 불과하다.

해운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깡통' 위기에 몰린 선박펀드가 늘어나고 있다.

코리아퍼시픽6호는 선순위 대주단이 기한의 이익 상실(디폴트)을 선언함에 따라 소유 선박의 경매 절차가 진행되거나 영업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리아퍼시픽7호는 용선사의 유동성 악화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 않으며 총자산을 초과하는 총부채 규모가 87억원, 미처리결손금이 339억원에 달할 만큼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두 펀드 모두 감사법인이 '의견거절'을 내놨으며 18일부터 주식 거래가 중지됐다.

특히 우정사업본부가 49.9%를 투자하고 있는 코리아퍼시픽7호는 2007년 11월 상장 당시 총 279억원이 투자됐으나 현재 시총은 19억원까지 쪼그라들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기준 36개 공모 선박펀드가 상장돼 있으며 이 중 35개 펀드 주가가 액면가(5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액면가 대비 주가가 10% 이상 벌어진 펀드도 15개(41.7%)나 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리아퍼시픽5ㆍ6ㆍ7호 등 선박펀드에서 연달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해운업 장기 불황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최근 들어 주가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선박펀드는 장기 용선계약 체결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액면가(5000원) 대비 연 7~9% 수익률을 보장해 주도록 설계됐다.

선박펀드가 우선 일반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에 은행 대출 등을 더해 선박을 매입하거나 건조한다. 이후 장기 용선계약을 체결해 보유 선박을 용선사에 빌려주고 그 대가로 용선료를 받게 된다. 용선료 수입 중 일부를 은행 대출 원리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금액을 투자자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나눠주는 구조다.

상장 초기 안정적 수익구조가 주목받으면서 투자자가 몰렸으며 이후 주가도 큰 변동 없이 유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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