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0 08:46

보따리상 잡지 원고 공모전 조촐한 선상 시상식

19일 오후 경기도 평택항과 중국 산둥성 영성을 오가는 대룡해운 카페리 휴게실에서 조촐한 시상식이 열렸다.

보따리상인을 대변하는 계간지인 '사람과 보따리' 원고 공모전 입상자 시상식이다.

경기도평택항소무역연합회 최태룡 이사장과 선사인 대룡훼리의 김경호 지사장이 입상자 11명에게 상장과 함께 승선권을 부상으로 주었다.

시상식은 외부인사 초청 없이 보따리상인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 20여 분간 진행됐다.

쓸쓸하게도 보인 시상식이었지만 보따리 상인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입상한 김종화(64) 씨는 중국에서 참나무, 자작나무, 오동나무 등을 1차 가공한 뒤 국내로 들여와 나무 카펫을 만드는 사업을 하다 경기가 좋지 않자 접고 2011년 4월부터 보따리상이 됐다.

평택항에서 롄윈항까지 가는 뱃길은 12시간이 걸린다.

김씨는 일주일에 세 번씩 배를 타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쓴 시와 수필이 제법 많이 모여 책을 펴내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계간지 '사람과 보따리' 원고 공모전에 시와 수필 10여 편을 내 입상했다.

김씨는 "평택∼중국 왕복(1항차)에 면세품, 공산품, 농수산물을 소규모로 거래해 3만여 원밖에 남지 않는다."며 "평택항을 이용하는 2천여 명의 60∼70대 보따리상을 '밀수꾼 집단'으로 보지 말고 노인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금상을 탄 허철구(57) 씨는 배 안에서 '중국어 선생님'으로 잘 알려졌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허씨는 2005년 중국의 땅을 사서 한국인에 되팔기 위해 배를 탔다가 잘 안되자 보따리상으로 눌러앉은 경우다.

보따리상 대부분이 중국어를 못해 입출국 과정은 물론 중국 내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선상 중국어 강의를 시작했다.

선사에서 식당을 교육장으로 제공했다. 허씨는 배가 출항하면 1시간 동안 재능기부를 한다.

입출국, 길 묻기, 물건 사기 등 회화중심으로 5년여간 무보수로 강의했다. '사람과 보따리' 계간지에 '중국어 한마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허씨는 부산에 아내 2명의 자녀가 있으나 보따리상과의 인연을 놓지 못해 8년째 배를 타고 있다.

최태룡 이사장은 "한 달 평균 40만∼50여만 원을 벌어 어렵게 사는 60∼70대 보따리 상인들이 배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써 '사람과 보따리' 잡지에 원고를 내고 있다"며 "비록 시상식이 초라하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지만 보따리상인들의 관심은 높다"고 소개했다.

선사의 김경호 지점장은 "보따리상인들의 복지 등을 위해 작지만 여러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보따리상인들이 더욱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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