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공포증’의 원인은 불황 때문이다. 시장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각 사별로 실적마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 등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주 목표를 맞추지 못한 업체들이 많아 분위기가 크게 가라 앉아 있다.
대형 조선업체 임원 A씨는 올해 초 목표는 승진이었다. 올해가 이사대우에서 ‘대우’ 딱지를 뗄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름이 지난 뒤 그의 기대는 절망으로 꺾였다. 올해부터 심화된 업계 불황 때문이었다. 수주 소식은 갈수록 뜸해졌고, 회사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연간 수주 목표 달성은 애초에 물 건너갔다.
그 때부터 안팎에서 ‘남은 올해 안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올 겨울 승진 인사가 없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결국 소문은 현실이 틈�. 올해 인사코드는 ‘포상’이 아닌 ‘문책’이라는 얘기가 회사 안팎에서 들렸다.
때문에 A씨는 요즘 들어 의기소침해져 있다. 앞으로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승진이요? 복에 겨운 소리 마세요. 이젠 안 잘리면 다행입니다”라는 답을 내놨다.
불황의 바닥을 친 철강업계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최악의 국면을 피했다. 그러나 회사 분위기는 여전히 냉기만 흐른다.
대형 철강업체 임원 B씨 또한 표정이 어둡다. 회사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월등히 나빠졌고 시장의 전망도 좋지 않아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요새 들어 한숨 쉬는 순간이 많아졌다”고 말한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체념하고 있었다. “연말 보너스나 승진은 남의 나라 얘기”라며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쯤에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는 이야기가 안팎에서 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업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수주 목표의 95%를 채운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면 빅3 중 두 군데는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업계 1위 현대중공업은 연초 세운 목표의 49% 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목표를 높게 잡은 것도 문제가 됐지만, 전체적인 시장의 불황이 발목을 잡은 경우다. 삼성중공업 역시 수주량이 연초 목표의 72%에 그치고 있다. 아직 한 달 정도가 남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아 100% 달성은 힘들어 보인다.
목표 달성 실패는 인사 결과로 직결되고 있다. 빠르면 30일 중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현대중공업은 임원의 10%를 줄이겠다는 이야기가 안팎에서 전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을 내놨지만 어려움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다른 조선사들도 문책성 인사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철강업계와 해운업계 역시 실적이 좋지 않다. 포스코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17%가 빠졌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예상치를 하회하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해 불황이 계속 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해운업계 역시 조선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빅3 대형 해운사들의 영업이익은 1~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말 업계 내 인사 결과가 보수적이었던 업계 환경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불확실한 환경 변화에 대처할 만한 뾰족한 묘수가 나올 수 있을 지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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