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한일항로에서 가장 높은 물동량을 기록하는 시기다. 연말을 앞두고 대부분의 화주들이 실적 달성을 위해 밀어내기 물량을 11월에 집중 투하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최대 성수기인 11월이 선사들을 외면하고 말았다. 수출과 수입 양쪽 모두 힘이 빠진 모양새다.
취항선사들에 따르면 한일항로는 11월 들어 수출 물동량이 기대만큼의 호성적을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선사들이 4분기를 가장 믿었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물량이 부진해 당황스럽다”며 “실링(선적상한선)을 낮춰 잡았는데도 다 못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11~12월 선적상한선을 93%로 정했다. 전 기간보다 4%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9~10월에도 선적상한선인 97%를 다 싣지 못하는 선사들이 생겨나면서 상한선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던 터였다. 수출물량 약세의 원인을 두고 선사들은 원·엔화 환율하락에서부터 일본 경제부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수출항로 물량이 줄어드는 건 환율하락보다는 일본 내수시장의 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11월은 10월보다 물동량이 더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수입물동량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9월까지 한일 직교역(로컬) 화물 중 수입물동량은 7.2%나 감소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화물들은 기계류나 공장설비 등의 중간재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수부진으로 설비투자에 몸을 사리면서 한일 수입물동량도 덩달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록 한일항로 전체 물동량은 환적화물의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에 비해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마이너스 전환도 점쳐지고 있다.
운임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과 일본 주요항 간 수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200달러 안팎을 보이고 있다. 220달러대를 나타내던 지난달과 비교해 소폭 하락한 것이다. 수입 운임은 100달러대가 무너진 것으로 파악된다.
선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출운임은 안정적인 모습을 띠고 있지만 수입항로 운임은 물량약세가 지속되면서 하락을 방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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