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는 8월 들어 시황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휴가철과 일본 연휴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포트미스(Port-Mis)에 따르면 7월 한일항로 컨테이너 수송물동량은 17만6천TEU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2%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하반기를 두 자릿수의 성장률로 기분 좋게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8월 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선사들은 8월 물동량이 전 달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휴가철과 일본의 추석격인 오봉절(8월15일) 등으로 공장들이 대거 가동을 쉰 까닭이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공장이 8월에 많이 쉬면서 한일 양국간 교역물동량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무더위로 전력사용량이 급증한 것도 공장가동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8~9월 실링을 97%로 정했다. 당초 8월이 비교적 한일항로의 비수기에 속한다는 점 때문에 95% 이하로 실링을 낮출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9월부터 물동량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점을 고려해 앞선 기간에 비해 1%포인트 낮추는 선에서 실링이 정해졌다.
8월 한 달만을 놓고 볼 때 실링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취항선사단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15일까지 물동량은 실링의 85% 수준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름간의 물동량만을 놓고 봤을 때 적정 실링은 90%도 채 안되는 셈이다.
물동량 감소폭이 예상보다 크자 과도한 실링 설정으로 운임하락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운임수준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수출노선 220~250달러, 수입노선 120~140달러 수준이다.
한일 직교역 물량인 로컬화물이 올해 들어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점도 개운치 않다. 올해 물동량이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환적화물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컬화물은 선사들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운임 수준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기에 선사들은 근심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 로컬화물은 4.5% 감소했었다. 수출화물 -2.3% 수입화물 -7.4%였다. 앞으로도 엔고가 지속될 예정이어서 수입화물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양국간 대립이 심해지는 점도 항로에 영향을 미칠 지 선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고베항은 인천항만공사와 2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항만마케팅을 무기한 연기했다. 정치적인 마찰이 경제계까지 비화된 셈이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양국은 중요한 교역 파트너이기 때문에 독도 갈등이 해운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현재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해운도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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