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는 한진해운의 서비스 확대로 떠들썩한 모양새다. 자사 피더화물 수송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긍정론과 대형선사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이 아니냐는 우려스런 시선이 교차한다. 물동량은 강세를 띠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9일부터 주 1회 운항하던 한일항로 노선을 한신(오사카·고베) 노선(KJ1)과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 노선(KJ2)으로 분리했다. 이 가운데 KJ1은 기타큐슈(北九州) 지역인 하카다와 모지까지 취항지를 넓혔다. 한진해운은 두 노선에 각각 900TEU 안팎의 선박 2척을 배선했다.
한진해운은 “미주나 유럽항로로 연결되는 자사 환적화물의 원활한 수송을 목적으로 한다”고 서비스 확대 배경을 밝혔다. 기존 취항 선사들의 반발을 의식해 자사 환적화물을 제외한 로컬물량(한일간 수출입물량)을 월간 900TEU 이상 싣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한일항로에서 실어왔던 월간 700~800TEU보다 소폭 늘어난 규모가 상한선으로 정해졌다.
중소 컨테이너선사들은 우려가 깊다. 한진해운의 이번 움직임을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빗대고 있다. 특히 다른 대형선사 진출의 도화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해운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진해운이 대부분의 중소선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선적상한제도(실링제도)에서 비켜나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시나브로 물동량을 늘려갈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도가 여의치 않은 까닭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이미 한일항로에서 2배 넘는 신장을 거뒀다. 한진해운의 서비스 확대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중소 선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비록 로컬물동량을 늘리지 않겠다고 하지만 실링에 들어오지 않는 한 다른 선사들은 그 약속을 믿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소선사들이 어렵게 일궈 놓은 단 열매만 따먹으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한일항로의 물동량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취항선사들은 4월 들어 물동량이 상한선을 넘길 만큼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4월28일부터 5월6일까지 이어지는 일본 황금주간(골든위크)을 앞두고 밀어내기 물량이 쇄도한 까닭이다. 엔화 강세로 수입화물도 오랜만에 상승탄력을 보여 고무적이다.
하지만 골든위크 기간 동안은 물동량이 급감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기간엔 일본 항만들까지 휴일에 들어가 냉동화물이나 장척화물 등의 특수화물은 하역 불능 상태에 빠진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현재 밀어내기 물동량이 밀려들면서 주요항로 물동량은 만선 상황”이라며 “골든위크에 접어들면 적게는 10~15% 많게는 30%가량 물동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4월 물량이 강했던 만큼 4~5월 상한선(95%)은 무난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운임은 지난달과 비슷한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수출 230~250달러 수입 120~130달러 안팎이다. 수입항로 운임은 최근 물동량 상승에도 불구하고 인상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125달러로 인상된 BAF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사들 일부에선 나아가 최근의 엔화 강세를 고려해 통화할증료(CAF)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일본 현지 하역료 부담이 늘고 있다”며 “특히 수출입 물동량 불균형에 따른 빈 컨테이너 하역료 지출은 선사들의 수지를 악화시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CAF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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