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가시고 봄기운이 찾아오듯 3월 호주항로에도 봄이 찾아왔다. 지난해 전 세계에 걸쳐 들이닥친 글로벌 위기로 인해 상반기부터 운임이 뚝 떨어져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 찾아온 것.
호주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들은 비수기 선복조정 프로그램 도입 이후 시장 상황이 전보다는 개선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협의협정(AADA)는 지난 3월15일부로 운임회복(RR)을 시행했다. 규모는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는 그 두 배로 적용됐다. 비수기 프로그램을 통해 2월에는 8천TEU, 그 외 기간에는 4천TEU 씩 선복을 줄인 결과 성공적인 운임회복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전 세계적인 컨테이너 운임 저하로 흑자를 보는 운임은커녕 운항비용을 보전하는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바닥을 치는 운임이 수 개월간 지속돼 선사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선사들은 소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운임 올리기에 열을 올린 것. 이로써 700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운임이 900달러 대까지 끌어올려졌다. 이렇게 운임이 올랐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들려온 희소식인 셈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손익분기점까지 운임을 올리려면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므로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에 AADA는 내달 15일에도 같은 규모의 운임회복이 또 한 번 시행해 운임 인상에 담금질을 할 계획이다. 다가올 6월까지 지속될 비수기 프로그램 기간 동안 운임 인상이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호주항로에는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한 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이 운임회복을 강력하게 시행해 운임 회복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며 “비수기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동안에는 앞으로도 이러한 좋은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AADA 관계자 역시 “3월15일 운임회복은 목표했던 300달러를 달성하는 선사도 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사들도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운임을 올리는 데 동참했다”며 “이번 운임회복은 상당히 성공적이고 향후 운임 상황에 대한 좋은 징조를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다 해도 아직까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운임이 걷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갈 길은 멀다”고 덧붙여 여전히 시장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AADA는 3월10일부로 TEU 당 675달러, FEU 당 1350달러 씩 유류할증료(BAF)를 인상했다. 이에 이어 31일부터 또 한 번 인상되는데 이때 규모는 TEU 당 700달러, FEU 당 1400달러다. 현재 벙커C유 가격이 750달러까지 치솟아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이란 제재로 인해 유가 상승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BAF 재인상은 ‘항상 엔진을 켜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호주항로의 물동량을 살펴보면, 지난 2월 약 5300TEU의 컨테이너를 실어 날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매년 2월에는 중국 춘절 기간이 끼어있어 월간 평균 물동량보다 다소 부진한 수치를 기록하는 게 사실이다.
한편 1~2월을 통틀어 보면 전년 동기 대비 9% 줄어든 물동량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자동차부품(CKD) 수출이 급증한 데 비해 지금은 수출 기세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자동차 수출이 감소했다고 풀이하기 보다는 지난해 증가세가 너무 강했기 때문으로 보는 게 현명하다.
한편 호주의 이웃나라인 뉴질랜드로 가는 항로 역시 운임회복이 한창이다. 아시아·뉴질랜드협의협정(ANZDA)은 아시아발 뉴질랜드향 항로에서 4월15일부로 운임회복(RR)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운임회복 규모는 TEU 당 300달러, FEU 당 600달러다로 한국을 포함한 중국,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을 출발해 뉴질랜드로 향하는 항로에 적용된다. 현재 ANZDA 회원사는 CNCO(차이나네비게이션), 코스코, 함부르크수드, 머스크라인, MOL, NYK, OOCL, PIL 등 8개사다.
< 김보람 기자 br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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