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스피리트>호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만 4년이 됐지만 국제기금 측이 피해청구 5건 중 4건은 피해로 인정하지 않아 여전히 대다수의 피해주민들이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강기갑 의원이 국토해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태안지역 유류오염사고로 피해접수된 청구건수는 2만8천여건, 금액으로 2조6천억원이며, 국제기금 측의 사정 건수는 2만여건으로 71%가 사정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는 사정을 100%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이 완료된 이들 피해 중 국제기금이 피해로 인정하지 않고 반려한 건수가 1만7천여건으로 무려 83%가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사고 4년이 지난 현재 실제 청구건수 2만8천건 대비 보상건수는 3613건으로 1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인정이 반려된 이들 피해는 다시 입증자료를 보완해 국제기금에 청구를 하거나 재판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상받기까지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더 소요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보상청구를 통한 피해보상금이 1500억원에 이르지만, 이 중 930억원은 방제비용이고 관광분야가 220억원이며 피해가 가장 극심한 수산분야의 경우 보상금이 340억원에 불과해 실질적인 피해보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기갑 의원은 4년이 넘도록 피해보상이 부진한 것은 피해주민 대부분이 피해 규모에 대한 입증자료가 원천적으로 부족한 생계형 어업인이며, 설사 입증자료를 갖췄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까다로운 입증을 요구하는 국제기금의 보상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제기금 측이 지급률 산정을 위해 추정하는 피해액 규모를 당초 6000억원에서 최근 28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한 것도 논란거리다. 피해주민들의 보상청구금액인 2조6천억원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해 향후 배·보상을 받기까지 치열한 법리공방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기금 측은 피해액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도 보상금 초기 지급률을 당초 60%에서 35%로 낮췄다. 통상적으로 국제기금측이 지급률을 30%에서 50% 70% 등으로 점차 시간을 두고 높여가면서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에 지급률을 높이지 못할 경우 국제기금으로부터 사정이 끝났다 하더라도 사정 금액을 모두 받기까지 수 년에서 십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기금의 보상금 지급 절차가 자체 사정, 집행이사회 결정, 총회 분담금 납부 결정, 분담금의 피해자에 대한 지급 과정 등 실로 복잡한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 에리카 사고의 경우 사고 후 4년 뒤에 펀드기금의 3분의1이 지급됐고, 9년 뒤에도 70%만 지급된 전례가 있다.
강기갑 의원은 “스페인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선보상을 추진하면서 1년 7개월만에 주민보상을 95% 완료했는데, 우리정부와 책임 있는 기업은 국제기금 뒤에 숨어 4년이 넘도록 10%에 불과한 피해보상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정부와 가해자인 삼성의 자세를 질타했다.
또 “국제기금 측이 국내 유류피해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산정하고, 대부분의 피해청구를 기각한 것도 모자라 초기 지급률까지 당초 60%에서 35%로 줄이는 것은 다분히 보상액을 낮추려는 꼼수이며, 정부가 회원국과의 공조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 치밀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 사고의 원인 제공자인 삼성은 피해주민의 절규에 책임을 지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면적으로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많이 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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