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는 올해 들어 성수기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한중항로는 한일항로와 마찬가지로 11월이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엔 오히려 시장상황이 퇴보하는 모습이다.
취항선사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한중항로 물동량은 전달에 비해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부 선사들의 경우 30%대로 물동량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화물 감소는 수출 또는 수입 등 한쪽 노선에서만 편중된 현상이 아니어서 선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나가는 주력화물들이 모두 줄었고, 그 결과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완제품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항로 주력 물동량은 석유화학제품(레진)을 비롯해 전자 및 자동차 부품 등이다. 특히 전체 수출화물의 60~70%를 차지하는 레진 물동량의 감소세가 커 선사들이 울상이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이달이 성수기인데, 글로벌 경제가 안 좋은데다 중국이 큰 타격을 입고 있어 평소보다 시황이 악화됐다”며 “특정 품목 할 것 없이 대부분의 화물들이 모두 약세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현재의 흐름으로 봤을 때 내년 1분기까지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시황 악화로 운임도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실 한중항로에선 기본운임의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여서 더 이상 악화될 운임도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일부 선사들이 할증료 명목으로 받던 부대운임들까지 깎아주는 방식으로 덤핑영업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수입항로에서 선사들은 기본운임(부산항 기준)은 0달러임에도 컨테이너재배치비용(CIC)과 유가할증료(BAF) 통화할증료(CAF)의 부대운임 적용으로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었다. 부과되는 금액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BAF 160달러 CIC 100달러 CAF 30달러 정도다. BAF 대신 93달러의 EBS를 적용하는 등 선사마다 도입 기준도 서로 다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선사들이 BAF와 CIC를 면제해주며 화물집화를 꾀하는 것이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상하이-부산 노선에서 -200달러의 운임이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일부 선사들이 부대할증료를 깎아주기 때문에 나오는 운임”이라고 설명했다.
한중항로에선 이달 초 열린 한중해운회담 결과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해운회담에서 한중 양국은 인천·평택-중국 노선에서 기존 항권(부산항 항권 포함)을 이용해 신설항로를 개설하는데 합의했다. 지난해 합의했던 새로운 항권 도입은 사실상 폐지된 셈이다. 신설항로의 중국측 취항지는 중국선사에선 난징항을 이미 확정했으며 우리측은 선사 단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를 통해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이로써 평택항 기점의 새로운 항권을 놓고 경쟁했던 천경해운이나 동진상선 태영상선 등은 항로 개설에 대한 의욕이 많이 퇴색하게 됐다. 이들 선사가 인천·평택-중국 노선을 취항하기 위해선 기존에 취항하고 있는 부산항 항권 1곳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경쟁이 심한 부산 노선을 포기하고 인천·평택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긴 한다.
세 선사의 복잡한 이해득실 계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밖에 기존 부산항 항권을 사용하지 않지 않고 있는 현대상선이나 STX팬오션 동영해운 등도 잠재적인 신설항로 후보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원양항로 주력선사인 현대상선을 제외하고 STX팬오션이나 동영해운 등은 이미 인천·평택에서 항권을 보유하고 있는 터라 추가 항로 개설이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많이 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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