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항공화물 수송량 시황판단 ‘아리송’
●●●요즘 항공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IATA CASS코리아의 선입금제도 폐지다. 지난 7월 IATA코리아는 7~8년간 관행처럼 시행해오던 선입금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선입금 제도는 정산일 전에 항공화물대리점의 판매금액이 IATA코리아에 제출된 담보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 우선 입금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IATA 본사는 각 나라에 현지화 돼있는 CASS 제도를 표준화 하기 위해 선입금제도 폐지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도 폐지 후 이를 갈음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않아 업계의 원성을 샀다. 급기야 대리점과 항공업계의 반대로 지난 9월30일 CASS코리아는 올 연말까지 선입금제도 폐지를 연기했다.
대리점(포워더)과 항공사들은 잘 진행되고 있는 제도를 왜 폐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선입금 폐지 후 대체 제도가 어떤 식으로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항공수송시황도 선입금제도만큼이나 항공사와 대리점사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3분기 전체 수송량 지난해보다 8.3%↑
올 3분기 항공화물수송량은 2분기에 비해 상대적인 고전을 면치 못했다. 2분기 항공화물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분기 수출 항공화물 물동량은 69만6124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증가했다. 높은 화물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휴대폰, LCD(액정표시장치) 등의 IT제품 물량이 대량 수출됐다. 3분기 수출물동량은 65만9568톤으로 10.1% 늘었지만 2분기에 비해 5.3% 줄었다. 2분기 IT제품 수출급증은 3분기엔 독(毒)이 됐다. 재고가 쌓여 3분기 IT제품 수출 물량이 줄어든데다 IT산업의 전반적인 경기도 부진하면서 항공실적도 둔화된 모습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한국지부의 CASS(화물정산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협회에 가입한 항공사들의 3분기 수송량은 17만6366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만2893톤보다 8.3% 늘었다.
지역별로는 중동노선이 4342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가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아프리카 노선은 1816톤으로 28.2% 늘었다.
두 노선의 급증세에는 노키아 마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핸드폰 물량이 주로 중동지역과 아프리카지역으로 수출되는 현상이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키아는 최근 중국 선전의 폭스콘 공장에서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으로 노동자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늘자 마산공장에서의 생산비중을 높이고 있다. 노키아는 내년부터 국비 지원을 받고 확대사업에 들어가는 마산자유무역지역에도 신축공장을 건설할 예정으로 앞으로 한국발 아프리카, 중동행 핸드폰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동노선 물동량의 성장에 발맞춰 대한항공은 이달 16일부터 우즈베키스탄-중동노선을 신설했다. A300-600F 전용화물기를 투입해 주 2회 나보이-두바이-이스탄불-알마티-다카 노선 운항에 나섰다.
3분기 중미노선은 865톤으로 36.7% 늘었으며, 북미노선은 3만7713톤으로 14.4% 증가했다. 미주노선은 자동차부품이 꾸준히 호조를 보여 하반기 국적항공사들도 화물기를 띄우며 물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미와·북미노선은 운임매출도 크게 증가해 각각 42.3%, 45.2% 늘었다. 미주 수출 물량은 3분기에도 꾸준히 유지돼 운임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유럽지역은 4만2499톤으로 12.7%가 증가했다. 항공운임인상으로 운임매출은 9.1% 늘었다. 작년 초 1800원(㎏기준)까지 내려갔던 한국-프랑크푸르트 간 운임은 같은 해 3분기 이후부터 4천원까지 치솟았다.
10대 항공사 수송량은 9.7%↑, 운임매출은 19.2%↑
10대 항공사들도 3분기 수송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7% 증가했다. 운임매출은 19.2%나 늘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6.8% 증가한 7만7576톤을 수송했다. 아시아나항공은 4만761톤을 수송해 8.4% 증가했다. 운임매출도 각각 15.9%, 24% 증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IT제품 수출 물량이 줄면서 올 2분기 대비 물량이 많이 줄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물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폴라에어카고는 4917톤을 수송하고, 루프트한자카고는 4616톤을 수송해 각각 49.6%, 48% 증가했다. 폴라에어카고는 운임매출에서는 지난해보다 2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제이드카고인터내셔널은 3191톤을 수송해 46.9% 증가했으며, 타이항공은 4335톤을 수송해 14.2% 늘었다.
제이드카고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수송량 급증에 대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물동량이 지난해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유럽노선을 주 4회에서 5회로 확대하면서 물량을 많이 실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항공은 여객기로만 화물을 수송하다 올해부터 방콕에서 유럽, 중동에 화물기를 띄우면서 중동지역 수출물량이 늘었다. 여름휴가 시즌에는 여객수요가 높아 덩달아 화물수요도 증가했다. 전일본공수는 58.4%의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4,339톤을 수송했다. 반면, 일본항공은 화물기 편수가 줄면서 32.8%의 감소세를 보였다.
항공사들은 대부분 3분기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가장 걱정되는 점은 4분기 실적이다. 4분기가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성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4분기는 성수기로 물량이 급증해야 하지만 11월까지는 3분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절기 항공운항편수가 11.1% 의 두 자릿수 증가를 보인데다 국제선 취항항공사도 59개에서 73개로 늘어나는 등 급증한 공급탓에 4분기에 예년 성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항공수출물량은 변동 없는 상황에서 운항을 중단했던 항공사들이 다시 한국 취항에 나서면서 기존 물량만 나눠먹게 됐다”고 말했다.
대리점은 5.1%↓, IT물량 감소 타격 커
반면, 항공화물대리점들은 3분기 총 6만5147톤을 수송해 지난해 같은 기간인 6만8623톤에 비해 5.1% 감소했다. 지역별 항공수송량과 10대 항공사들의 수송량은 지난해 3분기 대비 증가했지만 대리점은 오히려 줄었다.
범한판토스는 물량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3분기 1만2813톤을 수송해 지난해 같은 기간인 1만6973톤에 비해 24.5% 감소했다. LG 물량의 대부분을 취급하고 있는 범한판토스는 LCD 패널과, 휴대폰 수출물량이 줄어들면서 물량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로지텍도 지난해보다 15.6% 감소한 7215톤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LCD와 휴대폰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저조한 수송실적을 보였던 항공화물업계에 힘이 됐다. 올 상반기에는 최고점도 찍게 해줬다. 하지만 3분기로 접어들면서 2분기에 수출됐던 물량이 IT전자제품의 판매가 감소하면서 재고로 쌓였다. 전자제품 메이저인 삼성전자, LG전자가 수출물량을 줄여나가자 이들 물량의 대부분 싣고 있던 포워더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대한통운은 가장 큰 낙폭인 32.6%의 감소율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9978톤을 수송했지만, 올해는 6725톤에 머물렀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물량 감소에 대해 “상반기에 워낙 많은 물량이 항공으로 수송돼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시장점유율이 줄지 않았는데도 3분기 수송량이 줄어든 것은 전체 항공시장에서 수출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물량감소는 화주인 삼성전자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LCD 수송선을 재고가 증가하자 항공에서 대거 해상으로 바꾼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쉥커코리아는 지난해 3915톤에서 76.8% 증가한 6920톤을 수송해 가장 큰 폭의 물량 증가를 보였다. 삼성과 노키아 휴대폰 물량을 수송하고 있는 쉥커코리아는 최근 한국에서 수출되는 노키아 휴대폰 물량이 급격히 늘면서 행복한 3분기를 보냈다.
하나로티엔에스도 물량이 75.6%나 급증한 5144톤을 수송했다. 수입물량만을 취급해오던 하나로티엔에스는 2008년 일본 소니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출물량수송에 나서면서 높은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하나로티엔에스 관계자는 “지난해에 소니 수출물량을 수송한 이후 꾸준히 물량이 늘어 지난해 3분기 대비 물량이 증가했다” 며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늘었지만, 2분기에 비해서 3분기 실적은 줄었다”고 말했다.
코스모항운은 3분기 7020톤을 수송해 지난해와 비교해 4.5% 증가세를 보였다. 코스모항운 관계자는 “CASS 통계로는 물량이 늘었다고 나왔지만, (자체집계결과) 작년에 비해 오히려 8% 가까이 줄었다”며 “2분기에 비해서는 30% 가까이 줄었는데, 다른 대리점들도 물량이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점 항공사, CASS 선입금제 불만 토로
대리점 업계도 4분기를 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3분기 물량 감소로 4분기를 향한 혹시 모를 기대감을 갖고 있던 대리점들은 선입금제도도 폐지되면서 담보부담에 대한 불만이 높다.
IATA코리아의 선입금 제도 폐지 공고가 난 지 4개월이 지나도, 대리점들은 폐지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IATA코리아의 뚜렷한 대응이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번이나 폐지가 연기되면서 대체 방안에 대해서도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IATA코리아는 지난 7월2일 항공사 및 대리점사에 8월31일부로 선입금제도가 더 이상 운용될 수 없다는 내용의 공지를 띄웠다.
처음 폐지론이 불거지자 대리점사들은 반대부터 하고 나섰다. 그 동안은 담보금액 초과분에 대해 담보증액 또는 선입금으로 결제하는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선입금이 폐지되면 담보증액만이 유일한 결제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판매증가로 담보증액을 하는 것은 포워더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IATA코리아도 IATA 본부로부터 폐지에 대한 권고는 내려왔지만 선입금 제도를 대신할 방안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폐지를 9월말까지 연기했다. 그 뒤 대다수 포워더와 항공사들이 준비기간 도입을 원하자 다시 폐지시점을 12월말로 연기하고 제도를 대체 할 3가지 방안을 발표했다.
첫 번째는 단기질권 형태의 단기담보 설정으로 이 방식은 기존의 질권설정과 방법은 동일하지만 1개월 등 초단기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기존 선입금은 CASS 정산계좌로 입금되지만, 단기질권은 대리점 명의 통장으로 제출돼 입금일에 질권을 해지하면 정산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설정된 질권통장의 이자도 대리점으로 귀속된다. 그동안 CASS정산계좌로 입금하면서 불거졌던 이자의 사용처 논란은 해결되는 셈이다.
두 번째는 조기 전액 입금하는 방안으로 확정된 CASS정산 금액대로 전액을 입금일 이전에 조기 입금하는 경우는 정상적인 입금으로 처리된다. 기존 선입금이 부분입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 번째는 공동보험 방안으로 담보초과 판매분에 대한 공동보험의 도입도 보완책으로 제시됐다.
IATA코리아 관계자는 “실제 일부 회원사 대리점들이 전액 조기입금 방식을 활용하고 있고, 담보 증액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선입금제도 폐지는 연말로 연기됐지만 현재 IATA코리아는 기존에 담보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 부과하던 선입금을 회원사에 통지하지 않고 있다. 미리 대리점들이 새로운 방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선입금제도 폐지와 함께 신용에 따라 A, B, C, D로 차등화 돼 있던 담보 초과 판매도 없어진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법률에 위배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1억원의 담보에 신용이 높은 A업체의 경우 담보의 30%인 1억3천만원까지 판매를 허용해주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선입금 하도록 했었다.
IATA코리아 관계자는 “선입금 제도 폐지와 신용등급 폐지에 대해 대리점과 항공사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는 CASS제도를 선진국형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한국국제물류협회는 “IATA본사에서 국제표준화를 위해 선입금제도 폐지를 들고 나왔지만 항공사와 대리점이 반대하는 입장에서 무조건 표준화를 하겠다는 것은 업계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입금 대신 신용으로, 신용낮은 대리점은 3가지 방안 적용
현재 선입금 제도 폐지에 대해 IATA코리아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대응 안은 3가지다. 단기질권 설정, 조기완납, 정규담보증액이다. 처음 제시됐던, 공동보험 도입 안은 사실상 제외됐다.
선입금 제도 폐지에 IATA코리아가 내세우는 원칙은 두 가지다. 첫번째 원칙은 신용이 우수한 대리점 즉 정규담보금액을 지급하고, 정산입금지연이 없는 포워더에 대해서는 신용거래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다음 원칙은 입금이 지연되거나, IATA규정 위반, 위험성이 있는 대리점들에게 위 3가지 방안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IATA코리아의 입장에 항공사와 대리점들은 두 가지 원칙에 포함되는 대리점들의 기준이 어떻게 정해 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항공사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있는 첫번째 원칙보다 두번째 원칙에 해당되는 대리점이 많도록 해 채권을 보호하려 하고, 대리점들은 추가 담보증액 등의 부담에서 벗어나 항공사와 신용 거래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IATA코리아 관계자는“원칙은 정했지만, 그 비중도 정해지지 않았고, 두번째 원칙에 어떤 대리점을 포함할지, 3가지 방안에 다른 방안을 더 추가할 지에 대해서 아직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항공사와 우선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대리점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