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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Airlines |
방만 경영의 대가일까? 일본의 날개가 추락하고 있다.
일본항공(JAL)이 전일공(ANA)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저가항공사 설립으로 활모를 모색하는 등 절치부심 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일제히 전했다. 언론은 일본항공이 구체적인 갱생계획안을 발표하며 자립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하며 국영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꼬집었다.
구체적 갱생계획안 발표
일본의 국영기업으로 지난 1월 경영악화로 파산해 법원의 관리 아래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 중인 일본항공의 갱생계획안이 발표됐다. 이 갱생계획안은 지난달 31일 도쿄지방재판소에 제출된 것으로 앞으로 2013년까지 일본항공의 운영이 정상화되기까지 지원계획이 담겨 있다.
이번 계획안은 올해 11월 인가를 목표로 하며 내년 3월 말까지 채권 등을 일괄 상환해 갱생절차를 조기종료 시킬 방침이다. 변제자금 확보를 위해 올해 9월 이후 일본의 주요 은행단에서 약 3200억엔(약 4조5000억원) 융자를 요구할 예정이다.
일본항공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9592억엔(약 13조4000억원)의 채무를 기록했고, 계획안으로는 채권자가 총 채무의 87.5%에 달하는 5200억엔을 처분하고 지원기구가 3500억엔을 출자해 내년 3월까지 채무초과를 해소하고, 2013년 3월 말까지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약 1800억엔의 순자본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본항공은 운영정상화를 위해 단호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적자를 내는 항공노선과 사업이 모두 폐지된다. 해외여행 전용노선이 하와이와 괌 편으로 특화되고 동시에 국내외 45개 노선이 날개를 접는다.
항공기종도 유지비가 많이 드는 보잉747과 같은 대형기는 올해 안에 퇴출시키는 등 현재 7개 기종에서, 사용빈도가 높고 효율성이 좋은 4개 기종으로 집약시켜 비용절감을 노린다.
적자가 나거나 비중이 낮은 사업도 폐지된다. 이미 호텔사업 및 기내식, 배송 관련 자회사들은 모두 매각을 결정했고, 주력 회사인 일본항공과 운항 자회사인 일본항공 인터내셔널 등 5개사를 올해 안에 통합할 방침이다.
가혹한 구조조정을 준비 중인 일본항공
일본항공이 적자 사업 폐지와 함께 눈길을 끄는 부분이 수익확대를 위한 신규 사업 부문이다. 최근 국제시장에서 급성장을 이루는 저가 항공산업(LCC)에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의 일본항공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브랜드로 저가 항공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의 추진이 유력하다. 특히 기내식 제공을 없애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는 한편 인기노선에 집중해 이윤창출을 노릴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일본의 다른 민영항공사인 전일공(ANA)도 저가 항공사 설립을 검토한다. 세계적으로 저가 항공산업이 급속한 성장세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조만간 두 항공사에서 저가항공사를 출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본항공, 전일공(ANA)에 결국 1위 자리 내줘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일공의 승객수가 일본항공을 웃돌아 공식적으로 일본 1위 항공사로 등극했다. 이번 결과는 양 항공사의 국내선, 국제선의 총 운송실적을 집계한 것으로 전일공은 일본항공보다 약 10만명 가량 넘어서는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 1위 항공사가 바뀐 것은 지난 2002년 일본항공이 옛 일본에어시스템(JAS)와 통합된 이후 처음이다. 일본항공은 지난 1월 파산선언 이후에도 힘겹게 지켜오던 1위를 내주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는 경영파탄으로 인한 기업이미지 악화, 주주 우대권 폐지 등이 꼽힌다.
지난 2002년 JAS와의 통합 당시만 해도 일본항공은 전일공에 월 기준 100만명에서 150만명 가량의 큰 차이로 1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후 경영부진과 전일공의 국제선 확충 등으로 그 차이는 점점 줄어들어 결국 순위가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잘 나가던 국영기업 일본항공이 굴욕의 역사를 쓰게 된 데는 방만한 경영과 무리한 사업 확장이 1차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업계 흐름의 변화가 빠르고 장기적인 침체가 계속되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내실있는 경영방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갱생계획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본항공과 전일공의 두 항공사가 활발하게 경쟁하면서 이용자의 편리성을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며 고객중심의 경영만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재확인시킨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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