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8 11:16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졌던 해운업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공공기관의 선박펀드가 유명무실해졌다. 배를 판 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될 거라 생각했던 해운사들이 예상외로 별 무리없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6월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해운사들에 대한 유동성 수혈을 위해 선박펀드를 출범했다. 당시 캠코는 1차 매입대상으로 62척의 선박을 선정하고 선주들의 요청에 따라 연말까지 18척의 선박을 매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부터 벌크선 시황이 살아난 데 이어 올해 컨테이너선 시황도 회복되면서 선박 매입 실적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캠코는 올해 5월말까지 잔여 1차 매입대상 44척 중 5척의 선박을 추가로 매입했다. 나머지 39척의 선박은 선주로부터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전해받았다.
산업은행의 선박펀드인 `kdb shipping Fund`도 사정은 비슷하다. 산은 선박펀드는 지난해 11월 출범 후 현재까지 8척의 선박을 매입했으며 현재 국내 대형 해운사와 선박 1척의 매입을 협상중에 있다.
산은 관계자는 "시간상 급했던 배들은 어느정도 매입이 끝났으며 최근에는 요청이 들어온 사항에 대해서 천천히 상의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해운사들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한 대형 해운사의 관계자는 "해운업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 더 이상 우리 배를 매각할 필요는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선박 매입보다 금융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STX팬오션은 올해 해운시황을 투자의 적기로 판단해 18척의 새 선박을 신규로 도입할 예정이며 다른 대형사들도 선대 확장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 해운사들에게 이같은 분위기는 먼나라 얘기다. 지난해 선박펀드가 처음 생겼을때부터 중소형사들은 선박 매입 우선순위에서 후순위였다. 캠코가 지난해 매입한 선박 18척은 모두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사의 물량이었으며 산은이 매입한 8척 중에도 3척이 대형사 선박이다.
부산 소재 한 소형 해운선사의 대표이사는 "선박펀드는 처음부터 대형사 및 일부 혜택받은 중소형사를 위한 것이었다"며 "소형사들은 은행대출도 거의 불가능하고 선박 매각도 어려워 여전히 힘들다"라고 말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배는 선령이 오래돼 선박펀드의 매입 조건을 충족하기 힘들다"며 "금융권의 선박금융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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