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30 17:25

이라크, 중고차 왜 안 팔리나 했더니

연식제한, 번호판 문제 등으로 새차와 가격차이 거의 없어
최근들어 이라크 내 한국산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고차(특히 승용차용) 수요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 원인을 살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3월 말까지 우리나라의 대이라크 승용차용 중고차 수출실적(두바이, 요르단을 통한 간접수출을 제외한 직접수출분)은 전년 동기대비 81.9%가 감소한 174만1000달러에 그치고 있다.

반면, 전체 승용차 수출실적은 신차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22.2%가 증가한 7255만 달러를 기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고차 가격이 새차에 비해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며, 뒤를 이어 재고누적, 원화강세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9년산 쏘나타의 경우 신차 가격이 1만8500달러인데 반해 중고차는 1만6500달러로 2000달러 차이밖에 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선택은 자명한 것이다.

신차와 중고차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는 이유는 우선 연식제한으로 생산된지 2년 이내의 차량만 수입되다 보니 중고차 수입가격 자체가 비싸고, 여기다 소비자가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차량번호판(흰색) 가격이 4000달러에 달한 반면, 국영기업인 GAMCO를 통해 판매되는 신차의 경우에는 번호판(검정색) 가격이 500달러에 불과해 중고차와의 가격차이를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 현대 등 자동차 에이전트들은 대부분의 수입차량을 정부방침에 의거해 작년 4월부터 GAMCO를 통해 판매했다.

이라크의 차량번호판은 일반차량의 경우 현재 흰색과 검정색이 있는데, 흰색은 2003년 전쟁 전에 정식 세금을 납부하고 수입된 차량에 대해 부여한 번호판이고, 검정색은 전쟁이후 혼란상태에서 세금납부 없이 수입된 차량에 대해 부여한 번호판이다. 전쟁 이후 혼란기에 국경 세관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 차량을 비롯한 모든 상품이 무관세로 수입됐다.

이라크 정부는 무분별한 중고차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검정색 번호판을 2005년 말까지만 발부했으나 국영회사인 GAMCO를 통해 수입되는 신규차량에 한해서는 아직도 제한적으로 검정색 번호판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2006년 이후부터는 소비자가 차량(중고차 포함) 구입시 흰색 번호판을 시중에서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으며, 또한 흰색 번호판의 수량이 한정되다 보니 번호판 가격이 2006년 700달러 정도 하던 것이 2008년말 2000달러, 2009년말 3000달러까지 인상됐고 현재는 4000달러까지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년에 앞다퉈 수입한 중고차량이 중고차 매매상 쇼룸마다 재고로 쌓여 있는 실정이며, 설상가상으로 영세규모의 중고차 수입상에는 원화가치의 상승 역시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영기업을 통한 신차판매 정책은 경영 부실화로 몸살을 앓는 국영기업에 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시행된 것으로 판단되며, 자동차 에이전트들에게도 비록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값싼 번호판을 얻어 판매실적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국영기업을 통한 번호판 차별화’는 오는 6월 1일부터 더 이상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중고차 수요는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말해 정부는 GAMCO에 한해 부여했던 검정색 번호판 발부를 더 이상 시행치 않기로 함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차 구입 시 중고차와 마찬가지로 흰색 번호판을 시중에서 구입해야 하므로 예전보다 신차구입 비용이 훨씬 비싸진다는 의미다.

GAMCO에 대한 혜택 중단사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지만 소규모 신차 수입상들의 항의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라크는 정부의 행정미숙으로 에이전트 이외에도 일반 수입상들의 신차 수입도 가능한 상황이며, 이들이 수입한 차량은 국영기업을 통해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에이전트 수입 차량보다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었다.

한때 이라크 정부가 신차수입을 에이전트에 국한시키려 하자 소규모 수입상들의 거센 항의로 백지화된 적도 있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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