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5 00:29

한국 제조업, 獨·日 비해 일류상품·노동생산성 크게 뒤처져

해외시장 판로 개척,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주력해야
●●●일반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면서 경제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는 탈공업화가 선진국으로 가는 보편적인 경로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번 서브프라임 시장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제조업에 기반을 두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미국, 영국 등 상당수 생산 시설이 해외로 이전되고 금융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은 바 있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비록 독일과 일본이 각각 90년대 이후 통일독일에 따른 후유증 및 버블 붕괴로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큰 경제적 위기 없이 여전히 경제 부국 G7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일부 산업의 수출실적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한국 제조업의 명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과 관련해 실제로 우리 제조업의 위상이 강화된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현대경제연구원의 주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 연구위원은 독일, 일본과의 현황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독일은 실질 제조업생산이 실질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탈공업화가 진행됐는데, 2000년 이후에는 비중이 높아지는 공업화 강화 현상이 발생했다. 독일의 제조업 생산 비중은 1970년 34.7%에서 2000년 25.1%로 하락했지만, 2007년 25.9%로 다소 상승했다.

일본은 1970년 이후 최근까지 제조업 생산 비중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질 제조업 생산비중은 전 기간에 걸쳐 약 25% 내외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제조업 생산 비중이 높아지는 공업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1970년 10.2%에 불과했지만 2007년에는 31.8%로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산 비중이 최근에 들어서도 상승하는 이유는 중국으로의 수출 확대 때문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3국 모두 제조업 생산이 GDP의 1/4 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한국 제조업 생산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2007년 제조업 생산비중은 독일의 1980년 제조업 생산비중과 유사한 수준이다.

실질 생산 비중과는 달리 고용 비중 측면에서는 3국의 탈공업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제조업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27.4%에서 2007년 19.0%로 하락했다. 일본의 제조업 고용 비중도 동기간 23.4%에서 17.4%로 줄어들었다.

특히 한국의 제조업 고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하락했다. 1991년과 2007년 제조업 고용 비중 감소폭은 한국이 10.0% 포인트로 독일의 8.4% 포인트, 일본의 6.0% 포인트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와 비교해 2000년대 들어서 3국의 제조업 생산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이 급등했다. 한국 제조업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1990년대 33.4%에서 2000~2007년의 기간 동안 41.7%로 크게 상승했다. 독일과 일본은 동기간 각각 33.4%, 36.2%를 기록했다. 제조업 성장 기여율 40%는 경제성장률이 5%일 때 이중 2% 포인트가 제조업에 의해 유발된 것이라는 뜻이다.

독일의 2000년대 연평균 실질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1970~80년대 수준이다. 독일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1990년대 연평균 0.7%에서 2000년대에는 1.9%로 상승했고, 2000년대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1970년대의 1.8%와 1980년대의 1.6% 수준과 유사하다.

일본도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높아졌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하다. 1990년대 연평균 0.8%에서 2000년대 2.2%로 상승했지만 1970년대의 4%대 중반의 생산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2000년대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전 기간에 걸쳐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1970년대 연평균 14.1%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0년대 6.6%로 하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여전히 높아 향후 제조업이 경제 성장 견인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국 제조업의 2000년대 실질 생산증감률은 독일과 일본의 경제 발전 단계가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시기인 1980년대의 생산 증감률인 1.6%와 4.5%보다 빠른 수준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액이 세계 제조업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과 일본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2008년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액이 세계 제조업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독일의 7.4%, 일본의 10.1%에 비해 굉장히 미약하다.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은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일본 상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했던 것과 같은 모습은 발견할 수 없다. 1970년대 이후 독일 제조업의 생산액이 세계 제조업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 내외 수준에서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의 생산액 비중은 1990년대 중반까지 증가하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액 비중은 외환위기 직전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0년대 이후에는 3%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점유율은 3% 내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산 제품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09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3%, 독일과 일본 제품의 점유율은 각각 8.6%, 4.8%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한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2%대 후반을 유지하다가 2009년 상반기 들어 3%를 기록했다. 독일산 시장점유율은 약 9% 내외 수준에서 소폭 등락하다가 2007년 이후 다소 하락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2000년 7.8%를 정점으로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산 제품과 독일·일본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선진국 수출시장에서 더 큰 격차를 나타냈다. 2009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선진국 수출시장에서의 점유율은 한국산 제품이 1.8%로 독일산 9.3%, 일본산 4.1%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선진국수출시장은 전세계 수출시장의 65%를 차지했다. 중·후진국 수출시장에서의 점유율은 한국산 제품이 5.2%로 독일산 7.3%, 일본산 6.1%와 큰 격차가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고부가가치·고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선진국 수출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선진국 수출시장에서는 하락하는 반면 중후진국 수출시장에서는 중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류 수출 상품의 부족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상품수는 독일의 6%, 일본의 2% 수준에 불과하다.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서계 시장점유율 1위 상품 개수는 53개로 독일의 851개, 일본의 234개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독일과 일본에 크게 뒤쳐지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제조업의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은 한국이 약 5만3천달러, 독일과 일본이 각각 8만2천달러, 8만4천달러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의 1인당 부가가치 창출력 격차는 지속적으로 축소돼는 모습인 게 긍정적인 측면이다.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1991년 일본의 약 25% 수준에서 2006년 63% 수준으로 격차가 꽤 좁혀졌다.

수입유발계수 높은편

우리나라 제조업의 수입유발 효과가 독일과 일본에 비해 크게 높아 부가가치의 과도한 해외 유출 문제가 존재한다. 수입유발계수 값이 0.321이라면 한해동안 제조업에 1억달러를 생산할 경우 3,210만달러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것.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입유발계수는 최종수요 한 단위당 0.333으로 독일의 0.285, 일본의 0.167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중화학 공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수입유발계수는 0.404로 독일의 0.314, 일본의 0.198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국 제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 대비 제조업 내 R&D 투자액 비율은 1995년 이후 최근까지 독일과 일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액 대비 제조업 내 R&D 투자액 비율은 1995년 이후 최근까지 약 7%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1995년 약 8% 수준에서 2006년 11% 수준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R&D 투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해 2005년 이후 독일의 R&D 투자 비율을 상회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독일과 일본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무역수지 비(比)는 기술수출액에서 기술도입액을 나눈 값인데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0.43으로 독일의 1.11과 일본의 3.49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최근 한국 제조업 내 R&D 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연구개발투자가 체화되고 제품에 적용되는 데에 많은 기간이 소요돼 단기간 내 독일,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축소되기 어렵다.

주 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해외 판로 개척을 통해 제조업의 수요 시장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 국내 제조업이 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협소한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중동 등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이 요구된다. 민관 합동 시장개척단 파견, 대·중소기업 수출공조 시스템 구축, 우리 기업의 현재 유통·물류 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 다각적인 마케팅 및 판로 확대 노력이 요구된다.

두 번째로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과 에너지 절약형 생산 공정 유도 등을 통해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내 제조업의 수입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부품·소재에 대한 수입 의존도 높아 전·후방 효과와 같은 산업간 연관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핵심 부품·소재와 관련된 원천 기술의 R&D 투자 확대, 산·학·연 연구네트워크 활성화 등 노력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

세 번째로 제조업 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과 제조업 지원 서비스 산업의 육성을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의 균형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제조업에 대한 산업연관효과가 높은 서비스 산업의 집중적인 육성이 요구된다. 예를 틀어 통신업은 통신기기 제조업의 전방 산업 역할을 하며, 의료서비스산업은 의료기기 및 제약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다. 사업서비스, 유통·물류 서비스 등 제조업 지원 서비스 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의 동반 성장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기술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 상품의 선진국 시장에 대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하이앤드 제품에 대한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한다.

또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기초·원천 연구의 정부 역할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특히 원천기술 연구는 리스크가 높고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특성을 가지므로 기술 개발에 정부의 참여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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