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3 07:18
“내년 상반기까지만 버티자”
시계 제로 시황, 업계 줄도산 예고
전대미문 해운업계 불황의 경고이자 한가닥 희망메시지
지난 5월 최고점의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를 기록했지만 6개월만에 600포인트대의 BDI 저점을 찍어야 했던 해운업계 특히 벌크선업계는 초상집과도 같은 분위기다. 시계 제로의 시황에 내년도 사업계획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는 부정기선사들은 줄도산의 위기감에 긴장감만 팽배하다.
해운시황에 밝은 한 해운브로커의 말이 생생하다. “현재 국내 해운업계내에선 현 시황의 심각성을 말해주듯 H/H사 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소문들이 돌고 있어요. 그만큼 현상황이 전대미문의 시황이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운브로커들은 제때 선주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못해 현재 임대료마저 내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이 즐비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부터 미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변질되면서 불어닥친 해운업계의 대불황은 이제 여기저기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체감수치가 고점에 달했다.
건화물선 위주 운항을 했던 벌크선사의 경우 선박의 용, 대선 클레임 문제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가 하면 최근 해상법 전문변호사를 찾는 선사들이 부쩍 늘어났다.
국토해양부 해운정책 담당 한 관계자도 “100년만에 한번 올까말까 하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듯 합니다. 이 해운업계에 특단의 지원 시책들이 동원돼야 하지만 사실상 현재로선 특별한 대책이 급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답답하기만 합니다”라고 밝히면서 지식경제부나 금융권과의 협의를 통해 해운업체들의 유동성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케이프사이즈를 중심으로 운임지수가 다소 상승하는 기미도 보이고 있어 일부 해운전문가들은 내년상반기까지만 잘 버티면 다시 회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한가닥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브로커들은 지금 상황을 봐선 내년 상반기까지 버틸 수 있는 벌크선사들이 몇이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히고 있다.
부산항, 광양항은 물론이고 인천항 외항 묘박지에도 계선 선박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정기선업계도 몰아친 한파에 지쳐가는 모습이다.
시황대비에 철저하다는 일본선사들도 선복을 크게 줄이고 있고 발주한 선박들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또 유수 컨테이너선사들이 계선발표를 잇달아 하고 있고 항로를 통합하면서 자연스레 선복량을 줄여가고 있어 해상물동량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세계 유수선사의 컨테이너 수송실적이 전년동기보다 두자리 감소세를 보인 것을 보면 컨테이너정기선업계도 내년 상반기가 고비라는 소리가 더욱 고개를 들고 있다.
다행히 엔고로 인해 한일항로 수출물량은 어느정도 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수출이 7년만에 감소세를 보인 것을 보면 내년에도 정기선업계는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 중국, 유럽국가들이 SOC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할 계획이어서 혹자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시황이 호전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어 이 전망이 현실화되기를 빌어 볼 뿐이다.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금 유동성을 확보한 외국계 선사들이 헐값으로 선박 구매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국내에서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보여 이들 업체들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인 셈이다. 이는 해운업계의 현시국이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밝은 면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해운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내년상반기까지 정말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경영합리화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반드시 예상보다 빨리 회생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확신한다.<정창훈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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