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국제여객선(카페리선) 업계는 기대했던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로 시황 악재가 된 것에 울상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중국 정부가 보안 강화를 이유로 선상비자와 복수비자 발급 등을 중단하면서 여객 수가 급감한 탓이다.
카페리선 시황은 올림픽이 끝난 후 잠시 살아나나 싶었지만 또다른 악재가 발목을 잡을 태세다. 이번엔 한국측 통관 강화다.
3일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 1일부터 ‘여행자 휴대품 고시’ 품목중 참깨와 고추의 허용 한도를 종전 15kg에서 10kg으로 엄격히 했다. 규정상 품목당 5kg(총량 10개 품목 50kg, 10만원)까지 허용되고 있으나 고추와 참깨에 대해선 지금까지 15kg까지 들여올 수 있도록 묵인해 온 터였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휴대품 고시가 강화된 건 아니고 그 적용을 엄격히 하는 것”이라며 “IMF 이후 (소무역상들의) 생계 차원에서 고추와 참깨에 한해 15kg까지 허용해 왔으나 국정감사에서 검역 문제로 지적이 나와 이번에 강화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이 같은 규제를 당분간 고수할 예정으로, 다음달부터는 평택항에서도 인천항과 마찬가지로 농산물 반입 제한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당장 이달부터 인천항을 통한 소무역상(보따리상)들의 카페리선 이용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우려가 크다.
한·중 카페리선 이용객은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지난해와 비교해 두자릿수로 감소하다 올림픽이 끝난 9월 이후 다시 상승세를 돌아섰으며, 10월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증가를 나타냈다.
황해객화선사협회에 따르면 중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세관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한중간을 오가는 14개 카페리항로의 이용객 수송실적은 34만5천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17.5% 하락한 수치다. 이 실적은 올해 새롭게 개설된 평택-롄윈강 항로 실적을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감소 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 9월 들어 1.5% 늘어난 8만3천명을 기록한데 이어 10월엔 9.1% 늘어난 9만8천명까지 올라서 성장 폭이 대폭 확대됐다. 특히 10월 기록에서 위동항운의 인천-웨이하이(威海) 항로는 지난해 부진에 따른 반등으로 증가율이 무려 3배(200.9%)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호조세도 이달부터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추와 참깨가 소무역상들의 수익을 내는 주요 품목들이어서 타격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카페리선사 관계자는 “(소무역상들이) 고추와 참깨를 들여와 kg당 2천~3천원을 남긴다고 하는데, 배 운임이나 나오겠느냐”며 “중량 허용 한도를 줄일 경우 소무역상들은 더 이상 배를 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가뜩이나 세계 경제 침체 여파로 카페리선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뭐하는 처사인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어려울 땐 풀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제한을 강화하는 건 업계를 죽이자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따라 카페리선 업계는 소무역상 지원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각 선사들은 황해객화선사협회를 중심으로 소무역상들의 수지를 분석하고 생계 유지 방안을 강구해 관세청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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