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1 10:00
우리나라 최근 무역환경 日 2차 엔고 때와 흡사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대내외 무역환경이 지난 1985~1995년까지 10년간 진행됐던 1~2차 엔고중 통화절상률은 낮았지만 일본경제에 보다 심각한 타격을 줬던 2차엔고(1990~1995년) 시기의 환경과 유사한 측면이 많아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현오석)이 최근 내놓은 ‘엔고시대(1985~1995) 일본의 대응과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2차 엔고가 일본경제에 보다 큰 타격을 줬는데, 그 원인이었던 세계 경기 둔화, 경쟁국 대비 높은 통화 절상률, 후발 개도국의 추격 등의 환경이 현재 우리나라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2차 엔고시기에 엔화 절상률이 1차 시기보다 낮았으나 일본경제와 수출에는 훨씬 큰 타격을 줬다. 경제성장률은 1차 엔고시기에는 3년만에 엔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2차 엔고시기에는 90년 5.2%에서 95년 1%대로 크게 낮아졌다. 또 수출증가율은 1차 엔고시기에 평균 11.9%에서 2차 시기에 8.3%로 낮아졌다.
보고서는 일본이 2차 엔고시기에 고전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누적된 엔화 절상과 과잉설비와 같은 대내적인 요인 뿐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환경과 유사한 세계 경제성장률의 하락,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엔화 절상률, 신흥공업국가들의 기술과 품질경쟁력 제고 등을 지적했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 1차 엔고시기 평균 4.05%의 세계경제성장률은 2차 엔고시기에 2.87%로 낮아졌다. 2002년부터 시작된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여 수출이 견조했으나 올해는 미국 주택경기 둔화와 세계적 금리인상으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후발주자들의 맹렬한 추격= 일본이 엔고 극복에 여념이 없는 동안 한국, 싱가폴, 홍콩, 대만등 후발 주자들은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2차 엔고 기간동안 일본보다 3.5%p 가량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일본이 승용차 주력품목을 소형차에서 3000cc 이상의 중형승용차로 전환하는 동안 한국은 소형차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나갔다. 현재 우리나라도 BRICs를 위시한 개발도상국들이 빠른 속도로 기술경쟁력을 갖춰가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원화 절상률= 2차 엔고시기에 일본의 엔화 절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타격이 컸던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도 2002년부터 시작된 달러약세 기간동안 원화의 절상률이 주변 국가보다 높고, 특히 2005년부터 나타난 엔화 약세 현상으로 가격경쟁력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높은 대외 의존도, 대외거래에서 전무하다시피 한 원화 결제 비중, 주요 부품의 국산화 미흡 등 일본보다 구조적으로 불리한 측면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85년 일본의 대외의존율은 22.7%에 불과했던 반면 지난해 우리나라 72.3%에 이르고 있다. 또 화폐 결제비중의 경우 일본은 2004년 기준으로 엔화 40.1%, 달러 46.8%인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원화결제는 전무하며 달러로 84% 가량이 결제됐다.
따라서 보고서는 엔고시기에 일본기업들의 생산설비 이전 등을 통한 생산비 절감,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적극적인 환리스크 관리 등 엔고극복 전략과 함께 주요 부품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고 후발 개도국들의 기술경쟁력 제고를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한 ‘해외투자 확대방안’과 같은 국제수지 균형을 통한 환율안정을 꾀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원화의 국제화를 통한 환율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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