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30 17:20
환율 절상률 세계 최고..수출 결제도 달러에 집중
우리나라 기업이 환율 변화로 겪는 고통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30일 '원화 절상, 기업 고통 너무 크다'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원화 절상이고 이는 결코 호들갑이 아니다"며 "원화 절상에 따른 우리 기업의 어려움은 다른 나라보다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세계 최고 수준의 원화 절상률과 높은 수출 의존도, 집중적인 달러 결제, 약한 가격 전가력 등의 구조적 요인들을 거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화 약세가 시작된 2002년부터 현재까지 원화는 달러에 대해 34.6% 절상돼 절상률이 주요 통화 가운데 유로화(38.3%)와 더불어 가장 높았고 특히 2004년 말 이후 절상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4년 간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 통화의 절상률은 각각 14.6%, 7.5%에 불과했다.
또 2004년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수출액/명목 국내총생산)는 38%로, 유로권 국가들은 물론 중국(36%)과 일본(11.5%)보다 높아 환율 변화에 경제 전체가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상품수출에 대한 달러화 결제 비율이 지난해 현재 82.4%에 달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표시 수출액 감소와 환차손 부담이 더욱 크다.
일본은 달러 결제 비율이 52.4% 수준이고,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권 국가들의 역외(유로권외) 무역 달러화 결제율도 30% 안팎에 불과하다.
이처럼 경제 구조적으로 환율 변화에 취약한데 비해 기업들이 환율 변동분을 수출 가격에 떠넘길 수 있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의 원화 강세 기간에 우리 기업들의 평균 전가율(달러표시 수출가격 변화율/환율 변화율)은 0.27로 일본의 0.7, 대만 0.68, 유로권 1.0 등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는 엔화가 10% 절상될 때 일본의 수출가격이 7% 정도 올랐다면, 한국의 경우 원화 가치가 10% 높아져도 수출가격을 불과 2.7%밖에 높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신민영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기업들이 선전하며 두자릿수의 수출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가 지속되면 수출 호조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신 위원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수출 비중도 인위적으로 낮추기 어려운 만큼 원화 절상 대응책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단기적으로 수출 결제통화를 다변화하고, 비(非)가격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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