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01 17:52
항운노조 상용화 법안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개항 후 거의 100년만에 항운노무 공급체계를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날 본회의서 의결된 '항만인력 공급체계 개편을 위한 지원 특별법안'은 노.사.정 합의를 통해 현재 항운노조가 독점 공급하는 일용직 하역 인력을 항만운송사업자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노조원들에게 전원 고용과 정년 등을 보장하는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항만노무 상용화 의미는 = 현재 전국 주요 항만에서 현장 정리나 단순 노무를 제공하는 하역 인력은 총 1만1천명선으로, 하역업체는 항만별 항운노조에 가입된 인력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역업체가 하역에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항운노조측에 작업 인력을 건마다 수시로 요청해야 한다.
더구나 항운노조는 조합원에게만 일할 기회를 부여하는 클로즈드숍(closed shop) 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노조가 독점적 지위의 인력공급 회사 역할을 한다.
정부와 업계는 현재의 이 같은 노무 체계로는 치열해지는 세계 물류 전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올 초부터 강하게 상용화 입법을 추진, 결실을 보았다.
정부와 업계가 지적하는 항운노조 독점 공급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효율성이다.
예를 들어 실제 하역에 필요한 인력은 10명이지만 항운노조측이 20명을 한 팀으로 인력을 배정, 공급하면 업체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의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는 특별법상 상용화 '우선 추진' 대상인 부산과 인천만 상용화를 도입해도 30%의 인력 감축과 연간 약 5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영국과 대만, 일본 등 우리나라에 앞서 상용화를 도입한 나라에서도 평균적으로 운영 인력이 50% 정도 축소됐다.
◇향후 과제는 = 그러나 이번 특별법 도입이 당장 부산과 인천항 노무의 상용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에서 '노.사.정 합의'를 통한 상용화 도입을 명기하고 있는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노조가 협의를 거부하거나 세부적 법령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용화는 현실화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해양부 관계자는 "이제 각 항만별로 노조와 하역업체, 정부가 희망퇴직자에 대한 지원의 대상, 규모 등을 논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번 특별법으로 보장된 지원 내용이 정부가 배려할 수 있는 최선이고, 이 법이 2010년까지의 한시법인 만큼 노조측도 곧 협상에 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합의를 통해 어떤 항만에서 상용화를 도입할 경우, 하역업체는 그 시점의 항운노조 전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정년(60세)을 보장해야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에는 부두임대 계약을 취소하는 등의 '벌칙'이 부여된다.
또 정부는 노무공급 체계개편에 따른 대량 퇴직사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퇴직금을 융자해주는 등의 지원책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27일 인천 등에서 부분 파업을 한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항운노련)은 "이번 특별법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김기래 항운노련 노사대책국장은 "정부가 말로만 노사정 합의를 강조하면서 법안에는 정부와 업체의 주장만 포함됐다"며 "기본적으로 항만노무 인력을 무조건 줄이는 게 능사인 지 생각해야하며, 상용화될 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포함하고도 현재의 임금수준이 유지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노사정 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파업은 항만 물동량이 우회항로 등을 통해 빠져나갈 위험 이 있는 만큼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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