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01 15:41

사설/ 항만노무체계의 대 전환점에서...

우리나라의 항만노무 공급체계가 확 달라질 전망이다. 항운노조 상용화 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서 통과됨에 따라 100여년 지속된 우리나라의 전통적 항만노무 공급체계가 근본적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항만 노무 체계가 상용화제로 바뀔 경우 우리 항만사에 있어 큰 획을 긋는 대 사건인 셈이다.

사실 업계내에서도 상용화제도의 시행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상용화시행에 적합한 항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항만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항만 노무체계의 선진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선 상용화제도로의 대전환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항만이 물류허브라는 측면에서 항만시설 등 하드웨어적 경쟁력, 항만운영의 소프트웨어적 경쟁력이 동반될 경우 우리나라의 동북아 물류허브 꿈은 현실로 성큼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100여년간 지켜온 항만노무체계가 깨지는 과정에서 갈등도 증폭될 수 있지만 대국적인 측면에서 보면 상용화제도로의 진전이 우리나라가 세계 물류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주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와 해운항만업계도 현 노무체계로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물류허브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금년초부터 강력히 상용화 입법을 추진해 왔다.

현재 전국 주요항만에서 현장정리나 단순노무를 제공하는 하역인력은 총 1만1천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각 항만별 항운노조에 가입된 상태이며 이들을 하역업체가 고용하기 위해선 항운노조측에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건마다 수시로 요청해야 한다. 항운노조가 조합에 가입해야만 일할 기회를 부여하는 클로즈드숍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사실상 항운노조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인력공급 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해운항만업계가 항운노조 독점 공급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것이 비효율성이다. 영국과 대만, 일본 등 우리보다 앞서 상용화를 도입한 국가에서 평균적으로 운영 인력이 50%정도 감소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부산과 인천만 상용화를 도입해도 30%의 인력 감축과 함께 연간 약 500억원의 비용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비용절감효과 등 고무적인 사안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사실 당사자인 항운노조측은 공급체계 변화에 따른 고용불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는 노사합의로 어떤 항만에서 상용화를 도입할 경우 하역업체는 그 시점의 항운노조 전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정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에 대해선 부두임대 계약을 취소하는 등 벌칙을 부여한다는 내용까지 추가됐다.

정부는 또 노무공급 체계개편에 따른 대량 퇴직사태 발생시 정부가 퇴직금을 융자해 주는 등의 지원책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처럼 상용화 시행에 따른 항운노조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한다는 정부측의 안에 대해 항운노조측은 아직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항운노련측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노선을 걷고 있다.

이제 상용화에 대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우를 범하지 말고 국가경제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노·사·정간의 대화를 통해 아직 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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