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06-26 16:22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김은상 사장 ]

외국인 투자유치의 십계명

요즘 우리경제가 어렵다고 야단들이다. 매스컴에서는 이를 반증하 드수 여
러 경제지표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아침마다 신문에서 만나
는 우리경제의 모습에서 때로는 어떤 위기감만저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감은 혀낭으로 분명히 과장된 것이다. 국내외에서 만나
는 외국인사들은 오히려 한국의 경제난을 단순한 경기순환상의 문제일 뿐이
라고 코멘트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들의 말을 외교적이고 체면치레 수준
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의외로 우리보다 객관적이
고 균형괸 시각으로 우리경제를 읽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금년에도 크트라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자국에 한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
는 많은 외국인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것은 90년대이후 우리의 경제력이
커지고 구조조정이 이루러지면서 많은 기업이 해외투자에 관심을 쏟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아프리카 에르트리아 대통령, 자에이카 상공부 장관, 이
스라엘 수출공사 사장등 고위인사를 비롯해 중국의 광동성, 호남성, 미국의
미시간, 코로라도, 테네시주, 독일의 바이에른주, 함부르크 항만청, 호주
의 퀸즈랜드주, 말레이시아 공단개발청 인사들의 내방이 있었고 6월말까지
베트남, 헝가리, 파나마, 중국의 강소성, 절강성등 대한 투자유치다느이 방
분이 잇달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주한외교사절들은 우리기업의 유치를 위해
주요그룹 회장실 뿐아니라 코트라를 분주하게 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눈네 비친 한국경제는 우리가 아침마다 신문에서 읽는 우리경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개도국은 개도국대로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세계시장
을 힘차게 뚫고 있는 한국기업의 신화를 잘알고 있을 뿐아니라 그런 국제적
기업을 키워낸 한국경제를 그들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며 놀라와하는 경우
가 대부분이다.
필자는 이들 외국인사와 만나면서 반면 교사적으로 우리경제의 새로운 가능
성을 발견할 때가 많다.
특히 이들이 저마다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자국측의 유리한 투자환경이나 인
센티브는 그들 경제의 가장 축약괸 모형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이것을 비교
해 보면 그나라 경제의 선진성이나 개방성 그리곡 국제화의 정도를 읽어낼
수 있을 뿐아니라 나아가서 우리경제의 현 위치와 방향에 대해 많은 시사점
을 얻을 수도 있다.
예컨대 영국은 유럽연합(EU) 가운데서도 가장 저렴한 인건비와 온건한 노조
활동, 행정의 투명성등의 좋은 기업환경외에도 지역개발차원에서 잘 짜여진
투자인센티브 등으로 80년대후반부터 많은 외국기업의 투자유치에 성공하
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같은 동남아 국가들도 개도국가운데서는 단연 돋
보이는 하부구조, 경제의 개방성, 강력한 투자인센티브 등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를 통한 경제개발에 성공한 모델케이스이다.
최근에는 멕시코나 브라질같ㅌ은 중남미개도국도 과감한 경제개방과 국영기
업체의 민영화, 하부구조의 확충등을 통해 외국기업의 투자를 손짓하고 있
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자국의 기간산업관련 국영기업체의 민영화
까지도 외국기업의 참여를 제한없이 받아들이고 있어 이들 경제의 개방정도
를 짐작케 해주고 있다.
심지어 파투아뉴기니같은 저개발국도 자국투자환경 자료를 고급 CD-ROM으로
소개하는 등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 해외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투자청의 한 고위인사는 자국의 투자정책
을 설명하면서 이상한 수학공식 하나를 소해가는 것이었다. E+4C=±P. 얼
핏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같기도 한 이 공식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 “그 나라의 투자환경(E)과 편리성 등의 요인(C)에 따라 투자기업의 이익
(+P, Profit) 또는 문제점(-P, Problem)을 결정한다.
그는 이어서 투자환경을 결정하는 10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이것을 가리켜
「외국인 투자유치의 십계명」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정치적
안정성, 둘째 경제력, 세째 정치권, 업계, 노조, 언론등의 환영자세, 네째
투자정책, 다섯째 하부구조, 여섯째 노동자의 근무시간, 안정성 및 새안성,
일곱째 금융 및 재무, 여덟째 지방의 기업환경, 아홉쩨 정부의 관료주의,
열번쩨 생활여건 등이 그석이다.
그리고 4C로는 비용(cost), 편리성(convenience), 정부, 하부구조, 은행등
의 수용능력(capability)과 양허(concession)을 꼽았다.
이 공식은 한마디로 기업의 투자여건은 그 나라의 종합적인 경쟁력을 나타
낸다고 보아야 하며 부분적인 투자 인센티브나 정책적 지원ㅇ르ㅗ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일례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세제상의 특혜는 투자기업의 이윤
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핵심적 투자유인은 되지 못한
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 우리 경제 현실을 이 공식에 대입해 보았을 때 과연 우리의 외
국인 투자유치 능력이 얼마나 될 까 가늠해 보았다. 물론 우리의 강점도 많
겠지만 약점 또한 적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도 최근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유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금년
들어 4월말현재 투자신고액은 약 37억달러로 지난해 연간실적 32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유통등 서비스업 부분이 큰폭으로 늘고 제조업증가분이 상
대적으로 적은 것이 지적되고 있어 앞으로는 제조업 투자유치에 더욱 열을
올려야 할 것이다.
아무튼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였다는 것은 우리기업이 적어도 우리경제를 어
둡게만 보고있지 않는다는 가장 구체적인 반증자료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외국인 전문가들은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난이 비록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경제의 세계화, 고도화 차원에서
또는 정치의 선진화과정에서 거칠 수 밖에 없는 고비로 인식하고 있으며 과
저의 숱한 역경을 헤쳐나온 한국인들로서 이 고비를 역동적이고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이들과 만나면서 새삼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떠올리며 오늘날 우
리경제의 어려움이 곡 내일의 성공기회에 맛닿아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를 위해선 개방화, 세계화의 물결을 맞아 주춤거리며 후퇴할 것이 아니라
과감히 수용하려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과거 80년대후반 우리가 취한
무역, 외환, 여행의 자유화 조치는 지금와서 되돌아 볼 때 시기적으로 너무
빨라서 문제가 된 것 보다도 오히려 너무 지체되어 문제가 된 것이 많았다
. 특히 이들 세가지 조치가 한꺼번에 겹쳐 실시되었기 때문에 그로인한 충
격 또한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현재 OECD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개방수위도 우
리의 경제의 능력에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최근 다자간
투자협정(MAI)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투자개방문제에 대해 국내 일각에선
기득권 보호차원에서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없지 않음을 우리
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결국 외국기업은 마치 철새떼가 좋은 생태환경을 찾아 도래하듯이 자유롭고
편리하며 비용이 적게들고 수익전망이 높은 지역으로 찾아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경제의 대외경쟁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 땅을 ㅊ 찾는 외국
인 투자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외국인 투자유치노력은 국가경쟁력 향상차원
에서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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