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13 09:13

두바이유 초강세 원인과 파장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전후의 초강세를 보이고 있어 가뜩이나 내수침체와 환율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월간 평균이 배럴당 45.41달러였으나 이달들어 10일까지 평균 49.26달러를 기록했으며 지난 6일과 10일 각각 배럴당 50.01달러, 50.08달러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5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만 해도 30달러대 초반이었던 두바이유가 올들어 지나치게 올랐으나 가격 인하 '호재'가 없어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두바이 초강세 원인과 전망 = 두바이유는 연간평균이 지난 2003년 배럴당 26.79달러, 2004년 33.64달러에서 올들어 43.63달러(6월10일 현재)에 이르렀다. 올해 두바이 평균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배럴당 10달러나 오른 셈이다.

더욱이 두바이유는 이달들어 50달러를 넘나드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 4월초 3-4일 동안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를 넘는 '고공행진'을 지속한 바 있다.

이때문에 통상 5-8달러에 달하던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및 북해산 브렌트유와 두바이유의 가격차가 1-4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품질 차이로 인해 두바이와 WTI의 가격차는 과거 7-8달러였으나 최근 3-4달러로, 두바이와 브렌트유 가격차는 5달러 전후에서 1-2달러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두바이유가 초강세를 띠고 있는 것은 우선 휘발유 성수기, 중간유분 재고 부족, 하반기 석유수요 증가 예상 등의 불안요인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전반적인 강세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원유수요 증가, 석유제품 재고 감소 등이 두바이유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국제유가 전문가들은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WTI나 브렌트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그러나 인하 요인이 별로 없어 당분간 큰폭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석유수요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유 정제시설의 한계로 인해 석유 공급 여력이 많치 않은 것도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동정세불안, 미국 정유시설 피해 등 지난해의 불안 요인이 유가에 이미 충분히 반영됐는데도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석유 공급 여력의 한계로 인해 유가가 수요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두바이를 포함한 국제유가가 당분간 큰폭의 하락 없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국내 고유가 파장 = 두바이유 가격은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된다. 중동산 원유는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어 두바이 강세는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에만 한국의 원유 도입단가는 37.7% 상승해 원유 수입금액이 지난해 같은달 대비 47.3% 늘어났다.

이런 고유가는 실물경제 전반에 비용상승을 가져와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국내 경제의 흐름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통상 연평균 원유가격이 전년대비 5% 포인트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2% 포인트 둔화되고 소비자 물가지수는 0.2-0.4%포인트 상승한다.

고유가는 특히 유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해 매출, 채산성 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유가가 경영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대답한 중소기업은 70%를 넘는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고유가 지속시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내수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휘발유 구입비는 승용차 보유 가구 소비지출의 9%를 넘는다.

산업별로는 고유가가 대부분의 업종에서 경영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특히 석유제품의 최종 소비자격인 운송, 항공업계, 유가에 민감한 화섬업계 등의 원가 압박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정부는 고유가가 국민경제에 주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에너지원 다원화 정책, 에너지이용 효율화 등 장기 대책을 시행중이나 고유가에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단기 수단은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의 고유가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은 지난해 이후 10% 이상 상승한 원화 가치의 강세 정도라고 할 수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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