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13 17:22
'45대1 경쟁률 뚫어라', 등대지기 면접현장
"등대원으로 지원한 동기는 뭔가요?"
"박봉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 액수면 지금 직장 봉급보다 크게 적은 액수도 아니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13일 오전 11시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별관 대회의실.
등대직(기능 10급) 공무원 1명을 뽑기 위한 면접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뤄졌다.
이날 면접에 응시한 지원자는 모두 45명으로 지난해 6월 28.5대1(2명 모집에 57명 지원)의 경쟁률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의 경쟁률이다.
1999년 등대원 2명 특채 당시 2명이 지원하고 2001년 1명 모집에 5명만이 지원했었던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경쟁률이다.
지원자들의 학력 또한 높아져 고졸은 17명(38%)에 불과하고 대학재학 2명, 전문대졸 19명, 대졸 7명 등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 소지자가 전체 지원자의 62%에 달했다.
1981년생인 최연소 지원자부터 40세 나이제한 규정을 간신히 충족시킨 1964년생 최고령 지원자까지 45명의 지원자들은 등대원으로 자신이 가장 적합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전기공사기능사 , 전기기기기능사, 무선설비기능사, 항로표지기능사 등의 자격증 가운데 1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해 서류전형에 통과한 이들은 이날 한 번의 면접으로 당락이 가려지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오전과 오후조로 나뉜 45명의 지원자들은 4인 1조로 편성돼 3개의 책상에 각각 떨어져 앉은 3명의 면접관을 모두 거치며 면접을 치렀다.
지원동기, 등대원의 역할, 등대원이 갖춰야할 조건, 등대원으로 뽑혀야 하는 이유, 기술적인 사항 등 면접관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지원자들은 자기 소신대로 유창하게, 때로는 당황한 모습으로 말을 더듬어가며 질문에 답했다.
지원자 중 1명은 섬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을 면접 도중 알고는 나머지 면접을 포기한 채 도중에 면접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날 면접을 통해 선발되는 등대원은 인천해양청이 관리하고 있는 유인등대 팔미도, 부도, 소청도, 선미도 등 4곳 중 1곳에 배치될 예정이다.
연봉은 수당까지 합쳐 1천500만원 가량이며 한달 중 뭍으로 나올 수 있는 날은 1주일 가량에 불과할 정도로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직종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지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이번 등대원 시험에 응시하게 됐다는 한 지원자의 대답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요새 어느 직장에 다녀도 연봉 2천만원 받기가 힘들어요. 그나마 언제 실직할 지 모르는 불안감을 감안하면 등대원이 외롭고 힘든 일이겠지만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등대원 최종 합격자는 14일 오후 인천해양청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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