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8 16:59
대한항공은 18일 대만노선 배분을 취소해 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건설교통부가 국제항공노선 배분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제항공정책방향'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 92년 단항 당시 대한항공이 지녔던 주 14편의 대만노선 운수권을 돌려 줄 것을 요구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항공노선 배분과 관련, 후발업체인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없애고 완전경쟁 체제를 확립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양동작전'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대만노선에 대한 대한항공의 기득권 보유 여부에 대한 법리 논쟁과 함께 '국제항공정책 방향'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건교부와 항공업계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소송제기 배경= 대한항공이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기본적으로 단항 당시의 대만 노선 운수권이 아직 유효한 데도 건교부가 이를 무시하고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 아시아나측에 유리하게 배정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도쿄, 런던 등 노선 배분을 둘러싸고 쌓였던 앙금이 이번에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도쿄, 런던, 이스턴불, 캄보디아 노선 배분 때 계속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번 대만 노선도 '아시아나항공 봐주기'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만 노선 배분의 경우 자사의 기득권이 거의 무시되는 등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국제 항공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심이택 대한항공 부회장은 "항공노선 배분권은 정부 고유의 권리라고 해도 기준이 합당하지 않거나 법적근거를 무시해 노선을 배분해서는 안된다"면서 "더 이상 기준없는 정부정책을 방관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키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송을 통해 건교부를 압박함으로써 다음 번 노선배분에서 최소한 불이익은 받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배정된 주 9편의 대만노선을 계속 운행하면서 소송을 통해 추가로 5편 이상을 받아낸다는 방침이지만 소송에서 승소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대한항공의 소송제기에 대해 건교부는 "단교로 과거의 한-대만 항공협정이 폐기됐기 때문에 구 항공협정에 의거한 기득권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나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항공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과거의 노선면허는 이미 항공법에 따라 폐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제항공정책방향 폐지' 논란 거세질 듯= 대한항공이 항공업계의 민감한 사안인 '국제항공정책방향' 폐지를 요구함에 따라 이 문제를 놓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건교부 3자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국제항공정책방향'이 자사의 손발을 묶고 후발업체인 아시아나를 키워주는 도구로 사용됐다면서 이제는 이런 후발업체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폐지하고 항공사간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새 노선배분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부회장은 "전자,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어느 업종에서 후발업체에 특혜를 주고 있냐"면서 "이제는 더 이상 후발항공사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측은 "대한항공이 노선 배분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사의 독점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시아나측은 "대한항공 주장대로 16년간 특혜 체제가 유지됐다면 양 항공사간의 매출이나 규모 차이가 현재처럼 벌어졌겠느냐"면서 "그동안 노선배분 지침이 3번이나 개정됐지만 그 때마다 지루한 소모전만 이어졌을 뿐 노선배분에 따른 항공사간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건교부는 '국제항공정책방향' 폐지 주장에 대해 "꼭 국제항공정책방향이 아니더라도 노선배분에 대해 뭔가 기준은 있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건교부측은 "과거의 국제항공사경쟁력강화 지침도 특정 항공사로부터 없애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었다"며 "항공사들이 자사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어떤 지침이 나와도 불만이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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