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08 09:51

현대택배,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 큰 발걸음 내딛었다

의왕CFS 화물콘솔서비스 저렴한 물류비로 ‘하주 손짓’



현대택배가 그간 택배업에 치우쳤던 기업이미지를 벗고 명실공히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힘찬 나래를 폈다.

지난 2일 부산항, 현대택배 관계자들은 뉴욕을 향해 출발하는 한진해운 ‘샌프란시스코호’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노력이 비로소 결실을 맺은 콘솔화물 컨테이너가 목적지인 뉴욕까지 안전하게 도착하길 사뭇 기원했다. ‘샌프란시스코호’에 실린 현대택배 화물은 그간 이 회사가 복합운송부문의 재도약을 기치로 내걸고 전략적으로 준비해온 의왕CFS 콘솔화물 1호다.

현대택배는 지난 8월말 복합운송업계에선 이례적으로 미주행 화물을 의왕CFS에서 콘솔할 계획이라고 하주와 운송업계 관계자들에 알려왔다. 지금까지 화물콘솔이라면 통상 양산ICD나 부산항에서 이뤄지는게 일반적이어서 현대택배의 이같은 공지는 하주들로선 의외였다.

대부분의 콘솔회사들은 양산이나 부산에 CFS를 보유하고 트럭킹을 통해 제조공장과 CFS를 연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의왕ICD는 단지 화물을 트럭킹으로 연결하는 중간기착지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나 현대택배는 의왕ICD를 콘솔작업의 허브로 사용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의왕ICD를 관통하는 의왕-부산간 화물철도의 저렴한 물류비를 앞세워 기존 콘솔사들과의 차별화를 선언한 것.

이는 대부분의 하주기업들이 경인지역에 분포해있다는데 착안, 해운영업부 정광호 LCL팀장과 팀원들의 오랜 준비기간끝에 결실을 보게 됐다.

“경인지역 하주기업을 타겟으로 의왕CFS 콘솔업무가 처음 기획됐습니다. 이들 업체들에게 철송을 이용한 저렴한 물류비를 적극 홍보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정 팀장은 작년 1월부터 LCL팀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요 몇년간 침체돼 있던 LCL콘솔 부문을 업계 톱으로 올려놓는 것이 그가 맡은 막중한 임무다.

현대택배, ‘복합운송도 메인’

현대택배는 택배업이라는 내륙물류중심의 기업이미지로 그간 국제물류인 복합운송 분야에선 대내외적으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 회사는 88년 ‘아세아상선’이라는 해운업체로 출발했음에도 창립한지 17년을 거치면서 회사의 중심축이 택배쪽으로 많이 치우쳤기 때문.

현대택배는 그러나 작년부터 택배중심 기업이미지로부터의 탈피를 선언했다. 택배와 함께 국제물류부문의 강화를 대내외적으로 적극 표방하고 나선 것.

첫 스타트가 중국 상해에 설립한 ‘현대아륜국제화운유한공사’다. 이 회사는 국내복운업계 최초로 중국 1급 복합운송면허를 취득, 업계의 지대한 관심 속에 작년 6월 출범했다. 현대아륜은 당초 계획보다 50% 더 늘어난 6만TEU의 물량을 올해 목표실적으로 잡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본사의 복합운송부문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흥원 상무가 복합운송사업부를 총괄하게 되면서 해운, 항공, 육송 등의 복합운송부문은 현대택배 중심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는 현대택배 복운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한해다. 복운업계가 업체 난립에 따른 과열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현대택배는 올 8월까지 누적실적이 당초 목표치보다 40%가 더 늘었다. 성장의 고삐를 바투 쥔 복운사업팀에 많은 힘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작년은 복운사업부로선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매출은 목표치에 비해 60% 수준에 머물렀고, 주선이익도 50%선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우리의 노력들이 서서히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의 어려웠던 부분이 올해 도약의 밑거름이 된거죠.”

정 팀장은 작년의 침체기를 헤쳐오면서 LCL팀장으로서 영업의 돌파구 찾기에 골몰하게 됐다. 기존 메이저 콘솔사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 그런 와중에 착안하게 된 것이 의왕ICD에서의 콘솔서비스다.

“작년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면서 돌파구가 뭔가 고민하게 됐습니다. LCL팀장으로서 복운사업부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회사 방침에 부응할 길을 찾았던 거죠. 결국 하주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물류비절감이라는데 착안, 철송을 통한 의왕ICD콘솔서비스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5만5백원이나 더 싸답니다”

의왕ICD 콘솔서비스는 기존 부산ㆍ양산에서의 콘솔보다 내륙물류비면에서 월등한 우위에 있다. 의왕 콘솔은 도착보고료를 내지 않는다. 부산에서의 콘솔작업은 2만원의 도착보고료를 지불해야하나 의왕은 이것이 면제되는 것.

이와 함께 내륙운송료도 철송이용으로 트럭킹을 통한 운송보다 당연히 싸다. 3CBM기준으로 트럭킹보다 3만원이 저렴하다. CFS 차지도 부산보다 500원이 감면된다. 앞으로 공장과 의왕ICD를 연결하는 셔틀차량도 무료로 운행할 방침이어서 타사 콘솔서비스와의 물류비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정 팀장은 의왕ICD 콘솔서비스에서의 물류비를 총 집계한 결과 부산ㆍ양산에서의 그것보다 3CBM 기준으로 5만5백원이 더 저렴한 것으로 나왔다고 강조한다. 이는 결국 한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하주들의 물류비절감 노력과 맞물려 업계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물류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현재 물류업계는 무한경쟁시대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복운업계는 글로벌 업체들의 잇단 상륙과 수많은 업체들의 경쟁 속에서 업계 1위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특화된 전략으로 현대택배를 복운업계 톱으로 올려놓는다는 게 저의 포부입니다.”

현재 현대택배는 사명변경을 검토중이다. 올해말 변경을 목표로 태스크포스팀까지 가동된 상태다. 사명 공모에 나서 전 직원에게 희망사명을 받기도 했다. 택배에 치우친 현대택배가 아닌 물류전반을 책임지는 종합물류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로 회사 전체가 움직이고 있는 것.

동북아물류허브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정부의 강력한 물류드라이브 정책 속에서 해운물류업계도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졌다. 기존 가치, 기존 패턴을 고수하고자 한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물류업계는 여타산업에 비해 그 경쟁력이 많이 뒤쳐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업체 스스로 위기감을 갖고 자생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흘려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택배가 큰 변화의 몸짓을 보인다는 것은 업계로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와 함께 거대한 ‘현대택배호’를 글로벌물류기업이라는 정상의 자리로 끌어가는 정 팀장을 비롯한 현대택배 복운팀들의 조타능력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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