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28 10:43
1997년 말, 그 당시 한창 잘 나가던 대한민국 경제가 ‘IMF’라는 사상 초유의 철퇴를 맞고 비틀거리기 전. 바로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자동창고의 미래를 예측한 보고서들은 온통 장밋빛 미래를 예견했었다. 당시 산업연구원에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755억 원의 시장을 형성했던 자동창고 시장은 1996년 1,850억 원, 1997년 1,73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견, 1991년에서 1997년까지 연간 12.6% 성장율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이러한 시장의 기대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비슷한 시기에 발간된 또 다른 보고서는 국내 자동창고 수요가 1987년 150억 원 규모에서 1989년 500억 원 규모를 넘어섰으며 1991년에는 800억 원대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후 경기 둔화와 설비 투자 부진으로 1992년, 1993년에 수요가 일시적으로 주춤했다가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1994년 대형 관급 공사 발주와 중소기업들의 자동창고 보유 확산 추세에 힘입어 1,2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고 전했다. 그 후 자동창고 수요가 제조업 중심에서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시장 개방을 앞둔 유통업체들의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1995년 내수 규모는 1,500억 원대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를 발표하였다. 1995년 이후 자동물류기기 시장은 대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이고 이러한 성장의 한 가운데에서 단일 품목으로 ‘컨베이어’와 ‘자동창고’가 그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었다. 그리고 10년.
오늘날 자동창고 시장을 들여다 보면 당시 내놓았던 전망이 무색할 정도이다. 10 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동창고 시장은 정체된 상태로 굳어 버려 파이는 조금도 커지지 않은 상태로, 대략적으로 시장 규모를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 정도로 추정한다. IMF를 거치면서 업체 역시 많이 정리되어 1990년대 20여 개 정도 되던 업체 수는 현재 대략 10여 개 정도로 줄어 들었다.
1990년대 중반 최고점 쳐
물류(物流)란 크게 광의의 물류, 즉 조달, 생산, 유통 물류와 함께 협의의 물류인 포장, 보관, 하역, 수송 그리고 이와 관계된 소프트웨어로 나눌 수 있다. 창고라고 하는 것은 협의의 물류 중 보관에 들어가는것으로, 창고 종류에는 평치창고, 야적장, 냉동·냉장창고, 수상창고, 싸이로 등 종류가 다양하고 자동창고 역시 이들 보관 시설중 하나다. ‘물품 반송, 하역 작업, 재고 정리, 물건의 입출고를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물류 시스템’ 정도로 정의되는 자동창고는 종래의 수동창고와 달리 단위화, 규격화된 물품을 관리하는 경우 단위 면적당 뛰어난 보관 효율성을 발휘하여 재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인건비 절감의 효과를 가져온다.
SFA의 배효점 상무는 국내에 소개된 제 1호 자동창고로 1979년 대우중공업 인천 지게차 조립 라인을 기억해 냈다.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었던 김우중 회장에 의해 일본 다이후꾸사로부터 도입되었다는 것. 자동창고 도입의 일차적 이유는 보관 장소를 축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치에 늘어놓고 보관하던 것을 공간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단위 면적당 보관효율이 뛰어난 자동창고로 전환하게 된 것. 또한 손으로 일일이 재고를 정리하던 당시로서는 담당자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재고관리상황을 알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자동창고를 도입하면서 (담당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고 관리 상황이 개방되고 이에 따라 작업이 상당히 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처음 자동창고 도입 당시만 해도 ‘수지타산’의 의미보다는 ‘작업 효율성’의 의미를 따지는 측면이 강했기에 미래 지향적 관리 기법을 동원한다는 의미도 있었던 것으로 배상무는 분석했다. 초기 자동창고가 도입될 당시 컴퓨터 소프트웨어, 랙, 컨베이어는 국산 생산이 가능했지만, 스태커 크레인과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등 핵심 설비는 일제가 많아 선진 기술의 도입, 효율화 및 관리의 효율화, 재고 장기 재고량 감축, (악성재고), 비상사태 대처가 용이하다는 측면 등을 들 수 있다.
초기 작업효율 제고 차원에서 도입
사업주가 자동화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서 팽창하기 시작한 국내 자동창고 시장은 1호기 설치를 시작으로 1990년대 초반 성장기를 거쳐 대략 1990년대 중반 절정을 친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활성화 단계를 지난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 자동창고 시장의 전성기는 IMF 이전까지 대략 10여 년간. 그 기간동안 자동창고 시장은 급팽창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활황을 맞게 되는 88올림픽 이후 1990년대 초부터 FMS(Flexible Manu-facturing System),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JIT (Just In Time), Logistics, ASRS (Auto Storage Retrieval System) 등 자동화 및 물류시스템과 관련된 선진 개념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동창고시스템은 생산 규모가 더욱 커진 대기업에게 각광받는 아이템으로 발전한다. 이 때부터 국내 유수의 중소기업 및 대기업 소속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주로 일본 메이커들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자동 창고사업에 진출하게 되어 기술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삼성항공, LG산전, 대우중공업, 롯데기공, 현대중공업, 효성중공업, 코오롱엔지니어링, 신흥기계, 한화기계등 20여개 업체가 활동한다. 모그룹의 물량을 받을 수 있었던 그룹 자회사들과 달리, 모그룹을 끼지 않은 중견 기업들의 경우 상당히 치열한 경쟁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IMF 이후 투자 여건이 어려워진 국내시장 자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자동창고) 업체들이 정리된다. 이때 정리된 업체가 LG산전, 효성, 현대중공업 등. (효성의 경우 팀 해체 후 1년 뒤 다시 프로젝트팀으로 사람들을 모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결국 자동창고라는 개념 자체가 퇴색하고 물류란 개념 자체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시장 자체가 주춤하게 되는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코오롱 건설 한경수 차장은 자동창고 개념의 변화에 있어 IMF가 중요한 고비였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재고는 자산이다’라는 기존의 개념에서 IMF 체제하에서 재고관리 및 경영에 대한 개념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만들면 팔리겠지’라고 하는 막연한 개념에서 배송 위주의 물류센터 개념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보관 개념이 많이 바뀐 셈입니다. 또한 재고를 줄이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재고 부분을 협력업체들에게 떠 넘겼습니다. 조그마한 협력업체들이 재고를 떠 안고 있어야 하는 형편이다 보니 커다란 대형 창고의 필요성보다는 소규모 창고와 정보화된 창고가 요구되게 되던 것이죠” 라고 한차장은 분석했다. 특히 물류 관리를 외주받은 3자물류 회사는 전반적인 관리만 해 주면 되는 상황이다 보니 또한 자동창고의 변화에 일조했다고 한차장은 지적했다. 결국 자동창고 쇠퇴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가 전반적으로 재고 개념을 줄여 생각하고 업체의 생산량 역시 ‘계획생산’에서 ‘주문생산’으로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생산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실정으로, 재고가 줄어든다는 것은 보관기능이 탁월한 자동창고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부분인 셈이다.
IMF이후 재고 개념 바뀌어
자동창고의 시각적인 기능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했다. 현대 엘리베이터의 유상호 대리는 “요즘 신규 수주건은 주로 새로 짓는 공장내 생산 및 기존 공정 자동화 과정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생산 공정의 경우 각 과정(process)마다 ‘간이창고’ 식으로 자동창고를 설치해 둠으로써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생기는 병목현상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버퍼(buffer)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입체 자동창고는 무인반송시스템, 자동분류시스템과 함께 공장자동화와 물류합리화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부문으로 특히 각 생산공정간의 생산능력 차이를 조정하고 흡수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서 생산 유통관리의 자동화와 합리화에 꼭 필요한 것으로 그 필요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국내 자동창고의 산 역사로 불리는 신흥기계의 경우, 이제는 당당히 공정물류의 선두주자로서 불러 달라는 주문을 서슴지 않는다. 보관물류라는 협의의 개념에서 시작했던 자동창고가 ‘물류’라는 큰 흐름에 들어가면서 ‘생산관리’의 일부분으로 그 자신의 자리를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생산물류’라는 광의의 물류로 변신한 것이다.
최근 들어 자동창고가 기업 활동에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그 위상이 높아진 것도 이전에 비해 새로워진 현상이라고 배상무는 말했다. 그 동안 인건비 상승과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 복합적인 유통 상황에 대응하는 한편, 유통·배송 전문회사가 출현하고 CIM(Computer Integrated Management)화, SCM(Supply Chain Management)화 시대에 자동창고가 정보센터로서의 필수 시설로 요구되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생산공정간 버퍼용으로 활약
자동창고의 구성은 입출고시스템, 보관시스템, 제어시스템으로 나눌 수 있다. 입출고 시스템은 주요 수송수단인 스태커크레인과 창고출입구에서 스태커크레인이 위치해 있는 홈포지션(Home Position)까지 운송을 맡는 주변기기, 즉 RGV, Dolly, 지게차, 컨베이어 등을 들 수 있다. 중형물인 경우 평치에 보관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랙 등의 보관시설, 그리고 WMS, ECS(Equipment Control System) 등 컴퓨터 제어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처음 자동창고가 도입될 당시와 비교해 봤을 때 하드웨어적인 구성에 있어 별다른 변화는 없었던 셈이다.
자동창고시스템은 공사 형태별로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빌딩랙(Building Rack)과 유니트랙(Unit Rack). 빌딩랙은 나대지 위에 기초 토목공사부터 건축공사, 기계설치공사 등이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동창고시스템으로 건축법이나 소방법의 제한을 받는다. 주로 대단위 보관용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적용되는 곳이 물류센타이다. 하지만, 유니트랙은 이미 지어진 기존 창고 건물에 필요한 기계 장치만 설치하면 되기에 건축법 등과 무관하다.
보관하는 물건의 중량 단위로 분류할 경우, 파렛트랙 자동창고, 버켓(bucket)형 자동창고, 대차 단위 자동창고로 나눌 수 있다. 파랙트랙 자동창고는 주로 1톤 미만의 화물을 적재할 때, 버켓형은 50~100kg에서 물량 처리시, 대차 단위는 500kg 미만의 물량을 처리할 때 일반적으로 많이 쓰인다고.(표1 참조)
건축형태별·중량별 구분
자동창고의 가장 큰 장점은 단위 스페이스당 보관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 평균적으로 스태커 크레인의 높이인 30m까지 보관시설로 전부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매력으로 일반 창고 보관시설에 비해 4배 이상 뛰어난 보관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일반적으로 스태커크레인이 30미터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에 비해 일반 지게차는 평균 3미터,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올려봤자 10미터를 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도달 높이에서 3배 정도 차이가 나고 있는 셈이죠. 이렇게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스태커 크레인의 장점은 생산 라인에서 여러 층으로 나뉘어져 부품을 공급하고 완제품을 수거해야 하는 경우 유용하게 응용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 물품 이력 관리를 통해 재고 관리에 효율을 기할 수 있겠죠.”
수작업이 없다 보니 깨끗한 작업환경을 유지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 홍보하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이에 따라 3D업종을 기피하는 요즘 작업자의 쾌적한 근무 환경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피킹 시스템의 경우 자동창고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으로 간주됐다. 처음 자동창고가 도입되었을 당시만 해도 스태커크레인의 속도가 분당 60~80m에 불과 했으나 기술이 개발된 요즘에는 분당 160~200m를 보인다. 스태커 크레인의 속도는 화물처리(팔레트처리) 속도와 연결되고, 단시간에 많이 나가는 물품을 처리해야 하는 곳에서는 화물 처리 적체를 불러와 결국 출고 지연이라는 사태까지 발생시키기도 했다.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DPS(Digital Picking System)나 PDA 등 피킹 툴을 결합시킨 시스템이나 소팅시스템을 결부한 시스템 등이 현장에서 사용된다.
<백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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