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01 15:17
하주와 3자 물류회사는 갑과 을의 관계?
진정한 3자 물류 위해 양자간 파트너 관계 이루어져야
SLA 등 물류 절감액 등에 대해 물류업체에 인센티브 제공 배려
성공한 하주들의 3자 물류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분석해 놓은 보고서가 있다. 우선 3자 물류에 있어 성공한 하주는 무엇을 아웃소싱할 것인지 분명히 알았다고 한다. 자기 회사의 모든 물류 분야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마치고 단계별 아웃 소싱 전략을 수립하고, 3자 물류 업체는 하주의 수요를 분명히 파악하여 물류 전반의 코스트 절감 요인을 찾아서 꾸준히 컨설팅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두 번째는 자기 회사에 맞는 3자 물류 전문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 세 번째로는 3자 물류 업체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하주와 파트너쉽 관게를 맺으면서 일을 추진해 나간다고. 또한 노사간 단결된 화합의 모습을 보이는 회사 등으로 요약되었다.
대부분 단순 보관과 수배송에
아웃소싱 치중
국내 3자 물류업체는 대략적으로 하주의 원자재 수입부터 통관, 주문 관리와 IT, 수배송까지 총괄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걸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2001년 기업 물류 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주가 외부에 아웃소싱하고자 하는 물류 중 74.6%가 수배송 업무였고, 34.2%가 보관업무였다. 작년 12월 조사한 아웃소싱 영역을 보아도 대부분 단순 수배송(65%)에 그치고 선진국형 아웃소싱이라 할 수 있는 보관 재고는 36.4%, 포장·유통가공은 34%, 물류정보 관리 21% 등으로 한쪽으로 치우침이 분명해 아직까지 우리나라 물류 산업은 산업고도화의 초기 단계라고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팀은 분석했다.
이 조사에서 하주가 물류업체와 아웃소싱 계약 기간과 물류업체 선정 방식도 물류 산업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조 유통업체의 71.7%가 1년 이하의 단기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미국의 89% 이상이 3년 이상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하주와 물류 기업간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라고 대한상의는 해석했다.
또한 물류업체 선정 방식도 자체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른 수의 계약을 하고 있는 업체는 조사 업체의 32.8%에 그쳤고 기존 거래 업체 우대(28.4%), 물류자회사 우대(14.9%), 공개 경쟁 입찰(22.4%) 등 아직까지는 객관적인 자료에 의한 계약 체결보다 연고를 따라 이루어 지는 계약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주들은 이 조사에서 물류 아웃 소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비스의 불확실성(39.3%)이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했다. 즉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고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물류 서비스 업체가 부재한다는 것.
조사를 시행했던 대한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물류 아웃소싱은 분명 산업고도화로 가기 위한 한 과정으로 이해 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물류뿐 아니라 전 산업계에서 수의계약, 자회사에 오더를 주는 풍토가 일반화되어 있어 굳이 물류만 가지고 문제 삼을 수 는 없다”고 말하며 “앞으로 기업 환경 변화를 통해 이러한 풍토들이 개선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하주들도 자기 물류 자료 소유해야
전문 물류업체가 없다는 하주들의 항변에 물류업체 관계자들도 순순히 인정한다. 하지만 뭔가 할 말이 있다. 한솔 CSN의 허용구 부장은 “자가물류를 할 때보다 분명 다른 사람한테 물류를 맡기니 서비스에 대해 편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주들의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위험 부담이 있는 부분에 대해 항목별로 일이 잘못됐을 경우 물류회사가 패널티를 물겠다고 아무리 다짐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주들은 그 동안 ‘감’으로 대충 물류를 해 왔기에 자사 물류에 대해 정량화된 수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회사 물류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3자 물류로 넘기려고 해도 전과 후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 자료가 없기에 일이 진척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류회사도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서 물류 주문을 받아야겠지만, 국내 하주들도 정량화된 자기 자료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라고 주문했다.
한 운송업체의 고위 간부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우 3자 물류를 하려는 기본 의지가 없습니다. 내로라 하는 삼성이나 LG의 경우 대부분 자사 물류를 2자 물류로 접근하고 있어 주요 물량은 자회사에서 처리하고 물류만 전문적으로 하는 물류업체들은 떨어지는 깃털만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글로벌 물류 기업을 양성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하고 반문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들은 물류 부서를 두고 싶어도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결국 싼 값에 할 수 있는 싸구려 물류업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국내 물류 산업은 자생적 발전 역량이 매우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수 년에 걸친 물류산업의 낙후, 비효율이 자가 물류의 비대화(물류시장 위축)를 초래하였고 강한 유대감과 학연, 지연이 계약 수주에 미치는 영향 정도가 컸으며 계열사 물류의 성향 또한 매우 강하다.
델 컴퓨터가 물류 아웃소싱을 주면서 처음 3자 물류(Third Party Logistics)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고 한다. 3자 물류 체제 하에서는 하주의 기본 정보만 가지고 있으면 물류 회사가 전체적인 영업 전략과 경영 계획까지도 세울 수 있는 풍토가 이제 국내에서도 미미하지만 그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재고 처리와 배송 등의 정보를 통해 판매 전략과 생산량 조절 등에 들어갈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지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전사적 자원 관리 프로그램(ERP) 도입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부분 하주들은 영업 정보를 물류업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몹시 불안해 한다.
초기 3자 물류가 활성화되지 않던 시기 물류 대행업자를 고객사 정보를 경쟁사에 팔아 넘기는 산업 스파이 정도로 취급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아직도 이런 부분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 이러한 정보의 단절은 결국 물류업계 숙원 사업인 물류 공동화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들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회사 내부 정보 공개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를 하면서 보다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고 한다.
물류기업들의 적정 마진 보장되어야
이러한 와중에도 국내 물류 체계가 외국 선진 기업들의 진입으로 조금씩 체질 개선을 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물량에 대한 견적 개념으로 물류비에 접근, 보관하는데 얼마, 배송하는데 얼마, 이런 식으로 과정 별로 쪼개어 전체 물류비 견적을 뽑아 보고 가장 적게 써 낸 업체로 낙찰한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의 경우 일단 물류 업무를 수행하는 물류 회사의 이익을 어느 정도(대략 10%선) 보장해 준다.
그리고 물류비 산출에 들어가는 모든 과정들의 원가 공개를 요구한다. 일을 수행하는 물류 회사가 적자가 나면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게 그네들의 생각인 셈이다. 그렇기에 물류회사에 일단 적정 이익과 마진을 보장해 준 다음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주장한다는 것.
220여 기업의 3자 물류를 담당한다는 CJ GLS의 이동수 대리는 “일단 물류 서비스 수주를 하기 위해 기업은 3자 물류업체에 기업 물류의 일부분을 떼어 주고 테스트 하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창고면 창고, 보관이면 보관 등 어느 한 부분을 떼어내 일을 맡겨 본 후 통과가 되면 좀 더 큰 영역의 일을 맡게 되는 식이죠.”라고 말했다. 이 대리는 “요즘 SLA (Service Level Agreement)라고 해서 서비스 질에 대해 계약을 합니다. 서비스 내용을 구체적으로 상술한 후 이 서비스가 제대로 시행됐을 경우 - 예를 들면 서비스 달성율 95% 이상 등 - 인센티브를 받고 그렇지 못했을 경우 패널티를 적용하는 식입니다. 아직까지 외국에서처럼 물류 효율화를 통해 이루어 낸 이익을 하주와 기업과 물류 기업이 같이 공유하는 엄밀한 의미의 게인쉐어링(gain-sharing)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라고 전했다.
우리 나라 기업들의 경우 3자 물류업체와의 관계에 대해 아직까지 갑과 을의 관계를 띠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가격은 무조건 싸야 하고 서비스는 당연히 좋아야 하며 물류업자를 하주의 하청 업체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우리 기업이 대부분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3자 물류를 하고 있다면 외국계 기업은 전략적 파트너로서 물류 기업을 인식하는 편이라고. 여기에는 물론 국내 사정에 어두운 그들만의 사정이 작용하기도 한다.
국제적인 물류 회사가 우리나라 3자 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국제 물류 부문의 사업확대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나라에 글로벌 물류 기업이 없다고 안타까워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물류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생산 강점 활용해서 물류기업 육성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인 전자 제품과 자동차, 타이어 생산 국가로 만약 한 물류기업이 마음먹고 이들 세계적인 전자 회사, 자동차 회사, 타이어 회사의 전체 물류만 총괄한다고 해도 세계적인 물류 기업 배출은 오히려 쉽게 풀릴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것. 하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단 하주들이 자사에서 전세계적인 물류를 총괄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또한 어느 정도 투명 경영을 통해 회사 자료의 외부 공개에 대해 과감해 질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만 우리나라 물류 기업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제적인 도어 투 도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류 업체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국에 지사나 사무실을 열어야 하는데 이에 따른 투자비와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아직 안 되는 것도 문제이다. 결국 정부에서 대륙별 데포를 설치하고 하주들이 공동 물류를 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하주기업도 물류회사를 적극 믿어준다면 우리도 세계적인 물류기업을 배출하는데 한 발자욱 앞으로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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